수화기 저 멀리서 들려온 딸의 울음소리는 내 마음까지 무겁게 끌어내렸다. 평소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려 애쓰던 아이가 전화기 너머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마치 단단하게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소리처럼, 그동안 얼마나 큰 무게를 혼자 견뎠는지 느껴졌다. 고3이라는 높은 산, 그 산을 오르며 모든 걸 걸었던 수시 결과가 이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두 개의 결과가 나왔지만, 그 어떤 것도 쉬운 소식이 아니었다. 불안감과 실망, 자신을 의심하는 마음이 그녀를 삼켜가는 것 같다. 그녀가 짊어진 불안은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점점 무거워지면서 깊은 심연처럼 다가왔으리라. 작은 기대조차도 무너져 내리는 듯한 마음속에서 딸은 여전히 겉으로는 강한 척 웃음을 지으며 하루를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질 듯한 그 순간, 딸의 억누를 수 없는 마음이 눈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엄마,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그 한마디가 내게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그동안 그녀가 쌓아온 노력과 마음의 무게를 나는 충분히 알기에, 그 불안과 두려움을 이해한다. 한편으론 그녀의 그 두려움 속에 자신을 더 단단히 키워가고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무너지는 마음 속에서도 피어나는 힘, 포기하고 싶으면서도 다시 일어서고 싶은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다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언젠가 더 단단한 자신을 만나게 될 거야. 조금씩 흔들려도 괜찮아, 그 흔들림이 너를 더 유연하고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때로는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것도 아닌 척 하지 않아도 된다. 딸아, 네 마음이 흔들리는 이 순간이 너를 더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