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은 언제나 아프다. 그 순간은 짧아도, 그 뒤에 남는 여운은 너무나 길다. 내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던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여기 아니야”라고 짚어주는 듯한 그 느낌. 거절은 단순히 한 가지 선택을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전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거절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그 후에 찾아오는 침묵 속에서 더 강하게 나를 무너뜨린다. 한참 뒤늦게 밀려오는 후폭풍은 내가 지탱해 왔던 작은 자존감을 갈기갈기 찢어놓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글쓰기를 하면서 겪는 거절은 더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내가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인데, 그것을 누군가가 “이건 별로다”라고 평가했을 때의 충격은 마치 나라는 사람 자체가 형편없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한동안 나는 그런 거절을 견디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스스로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럴 때면 펜을 쥐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 두려웠다. 혹시 또 거절당하면 그 상처를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내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 깊이 무너졌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거절은 어쩌면 내 존재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깨달음이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에게 충분히 실망하고, 좌절하고, 그래도 어딘가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거절의 고통 속에서도 결국 내가 놓지 못했던 것은, 내가 여전히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거절의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그 작은 열망은 내게 말해 주었다. "너는 여전히 쓰고 싶잖아. 그래서 다시 시작할 거잖아."
그렇게 나는 거절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절은 여전히 아프고, 지금도 후폭풍을 남긴다. 하지만 그 후폭풍 속에서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거절의 고통은 나를 한 걸음 물러서게 하지만, 때로는 그 물러섬이 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게 해 준다. 이제는 거절을 겪을 때, 그 아픔을 억누르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충분히 아파하고, 내 감정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작은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거절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견디며 나를 지탱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작고 연약한 못 하나가 박혀 있다. 그것은 거절이라는 무게에 늘 흔들리지만, 언젠가 그것을 더 큰 대못으로 바꿔갈 날이 오리라 믿는다.
지금은 그저 내가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다시 한 번 펜을 들어 글을 쓴다. 거절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거절을 넘어설 힘을 조금씩 쌓아가며. 언젠가 그 모든 거절이 내 글의 일부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