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인종들의 삶이 공유되는 가장 진실한 시간
외식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경기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무엇을 먹을까”를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하루중 일부를 함께 하는 곳이다.
그래서 늘 더 배우고, 더 고민하고, 더 개선하고자 한다.
그만큼 더 깊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하고 이 일은 ‘감’으로만 할 수 없다.
흐름을 읽고, 고객을 이해하고,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강의를 듣는다.
세상 어디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유수의 강의를 직접 듣는 건 분명 행운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의만 듣는 건 결국 정보 수집에 불과하다.”
좋은 수업에서 얻는 지식은 값지다.
그러나 그것만이 배움의 전부일까.
진짜 산교육은 따로 있다. 바로, 광장 같은 회식이다.
왁자지껄한 소란 속에서, 말과 웃음이 오가는 그 자리.
대부분의 사람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고,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의무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날 것’의 정보가 살아 숨 쉬고,
각자의 사유와 경험이 통념화된 방식을 넘어 개인화된 비법으로 공유된다.
겉으로 보이는 매장 운영 노하우를 넘어, 왜 이 메뉴를 개발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고객의 어떤 작은 반응에서 영감을 얻었는지에 대한 진짜 이야기가 오간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공감의 장이다.
진짜 교육과 소통의 극치, 그것이 바로 회식이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니, 못 마신다.
또한 성향상 동굴에 있는 게 조금 더 편한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장과 같은 회식 자리에 참여하고, 때로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다.
광장은 시끄럽고 번잡하지만, 동굴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짜 배움이 있다.
그곳에는 살아 있는 정보와 실패담이 있고,
작은 반응에서 얻은 영감이 있다.
강의가 지식을 전한다면, 회식은 삶을 나눈다.
회식은 내게 ‘안전지대’다.
여기서는 “우리들”이라는 깊은 공감을 얻는다.
솔직한 이야기가 신뢰를 낳고, 신뢰는 정을 깊게 한다.
그 정은 다시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된다.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외식업이라는 배에 올라 같은 파도를 견디며 생존을 모색하는 사람들.
그들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이해하는 ‘유사 인종’들이다.
동굴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광장에서 나는 나를 확장한다.
둘은 다르지만, 둘 다 필요하다.
동굴은 고독 속에서 나를 단단히 붙드는 곳이고,
광장은 함께 웃고 부딪히며 나를 열어주는 자리다.
처음에는 서울 여의도라는 작은 광장에서 시작된 만남이,
이제는 지방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이 만남들이 쌓여가는 것을 보며, 때로는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온 나라의 외식업 종사자들이 모두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고.
보고서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성과표에 기록되지 않는 시간, 그리고 강의에서 배우지 못하는 삶.
그 모든 것이 회식에 있다고 믿는다.
전부가 아니라면 일부는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동굴과 광장을 오가며,
같은 배에 오른 ‘유사 인종’들과 만나는 회식,
단순한 술자리가 아니라 가장 진실한 배움의 자리다.
그래서 회식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