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비즈니스 방향을 도시재생에서 배운다 #말뫼
북유럽을 다녀올 기회에 스웨덴 말뫼를 일정에 넣었던 것은 도시 재생에 대한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다. 말뫼 중앙역은 유럽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각종 교통수단의 중심지로 혼잡함이 가득했지만 분명 달랐던 것은 공기의 질이었다.
매연의 주범인 버스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바이오 가스로 움직이고, 역 청사 옆에 빼곡히 세워둘 만큼 자전거는 일상 이동의 주력 모빌리티였다. 발트해에서 48개의 터빈으로 24시간 생산되는 풍력과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은 진정한 마실 수 있는 공기를 제공해주며 말뫼를 제조업 중심이 아닌 친환경 도시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유럽에서 2번째로 높은 터닝 토르소(Turing Torso)를 중심으로 자연친화적인 주거단지에 더해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면서 도시의 흡입력을 높여 새로운 이주민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때 유럽 최고의 조선소가 있는 도시로써 그들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골리앗 크레인을 우리나라에 1달러에 넘기면서 ‘말뫼의 눈물’로 기억되던 도시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며 말뫼의 웃음을 만들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자 조선소로 유명한 빌바오는 한국, 중국, 일본에 그들의 메인 비즈니스인 조선업을 내어 준 이후 절치부심하던 정부에 의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근현대 뮤지엄 건축’을 포함시키는 도시 계획을 추진했다. 바스크 정부와 구겐하임 재단은 설계공모에서 만장일치로 프랭크 게리(Frank Gehry)를 선정하게 되고 그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하면서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들었다.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써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남기며 무엇보다 도시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여 이전의 패배감을 씻어 버릴 수가 있었다.
도시재생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 패션산업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는데 시사점을 얻을 수가 있다. 테크의 괄목한 성장, 연결사회, 라이프스타일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전의 소유, 과시 위주의 패션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그런 이유로 성장과 외연 확대에서 어떠한 복종도 지속가능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졌음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패션산업의 현실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패션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브랜드들은 도시재생의 사례처럼 새로이 시장을 규정하고 스스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면서 자긍심을 높이고 고객을 충성스럽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스포츠웨어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정신적 액티비티에 주목하면서 요가 시장을 개척한 룰루레몬은 ‘Sweat life’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레이어의 시장을 만들었다. Whitespace라는 R&D센터를 두고 본연 비즈니스의 탁월함을 강화한 덕분에 아이덴티티가 빠르게 정립될 수 있었고 이후에 gender, sport, accessory영역으로 확장을 만들면서 일상 점유율을 높였다.
룰루레몬보다 2년 먼저 설립한 언더아머는 당시 주류였던 스포츠웨어에 모두가 집중할 때 기능성 원단에 주목하며 시장을 개척하였다. 새로운 관점으로 규정된 시장에서 먼저 소프트랜딩을 한 이후에 토탈 스포츠 기어로 규모감을 만들고 2013년부터는 스스로를 디지털 회사라 규정하며 디지털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은 성공 DNA가 내재되어 있어 언제든 촉발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 새로운 재생의 시작은 철저히 현실 평가를 하면서이다. 이전 시대에 화려했던 경험들을 갖고 있는 우리 패션업계가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한다면 현재 근근이 유지하거나 놓지 못해 끌고 가는 비즈니스의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 사고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작은 흐름을 주목하되 기존에 존재했던 레이어에서 부디 벗어나 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규정된 시장에 참여하고 나서는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을 뒷받침하고 강화하는 시스템에 투자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면서 이후 규모감을 만들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지금을 부정하고 버리면 다시 살 수 있는 재생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무려 도시도 재생이 되어 다시 활력을 띠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