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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택 May 28. 2018

스타트업, 내 기준에 맞춰
표현하지 말라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 않는다. 객관화가 가장 중요. 형식에 맞춰라.

스타트업, 내 기준에 맞춰 표현하지 말라

오늘은 페이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스타트업 대표가 되면 가장 귀찮지만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글쓰기이다. 20대, 30대 대표님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타이핑에 익숙해져 있지만, 40대만 넘어가더라도 귀찮음과 동시에 표현이 안 되는 대표님이 상당히 많다. 게다가, 자기 사업을 객관화해서 표현하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필자가 분석한 통계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제출해야 할 서류를 본인 마음대로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써야 할 부분을 넘겨버린다거나 A를 써야 하는 칸에 B를 쓰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사업계획서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이나, 정부기관 관계자는 이 부분을 가장 예민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까탈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페이퍼를 주는 사람을 '을'이고 페이퍼를 읽는 사람은 '갑'이니 어쩔 수가 없다. 또한, 형식을 지키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는 없다. 진짜라고 할지라도 쓰지 말라


페이퍼를 보는 사람이 가장 황당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바로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이다. 페이퍼를 검토하다가 이런 표현이 나오면 반드시 지우자. 본인 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다. 하지만 정말 세계 최고이고 최초라고 할지라도 '사업은 겸손해야 한다'. 


또한, 이를 증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전 세계 백여 개 국가에서 70억의 인구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을까.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것까지 합친다면 본인 아이템을 세계 최초이자 최고라고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세계 최초라고 사용하는 것은 시장에 나온 아이템만을 대상으로 하고, 동일 기능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한정한다. 그래도 잘 안 쓴다.)


그러니 본인 아이템에 대한 자부심을 세계 최초이자 최고라고 표현하지 말길 바란다. 페이퍼를 읽는 사람은 이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바로 넘겨버린다. 


형식을 지켜라. 안 이뻐도 된다


모 심사위원의 이야기이다. 사업계획서를 대신 만들어주는 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가 만드는 형식과 디자인이 심사위원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형식과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데, 꼭 자기 회사만의 기준으로 제작한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이 업체 디자인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일부러 탈락시킨다는 말을 들었다. 예쁘다고 하더라도 형식을 지키지 않고, 대신 만들어주는 티가 너무 나기 때문이었다. 


기술보증기금의 서류나 R&D 기술사업계획서 등의 경우 형식에 매우 예민하다. 정부지원사업의 제안서 역시 글씨체, 띄어쓰기 등에 대해서 많이 보는 편이다. 특히, 제안서의 경우 폰트, 글씨 크기까지 다 정해주는데, 이를 무시하고 본인만의 양식을 사용할 경우 감점받는다. (*필자도 예전에 이런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다)


또한, 써야 할 칸에 맥락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최근 사업계획서의 경우 어느 정도 예시 안을 주는 편인데, 이를 무시하고 쓰는 것 역시 감점 포인트이다. 


구구절절 쓰지 말자. 간결하게 표현하자


한 문장의 길이는 얼마나 되어야 적당할까. 보통 80자 이상이 되면 글이 어려워진다. 80자면 A4용지로 봤을 때 약 2줄에서 2줄 반 정도의 길이다. 이런 길이를 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는 것은 소설에서 수식어를 많이 쓸 때나 이 정도 나온다. 사업계획서는 소설이 아니다. 형용사나 부사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깔끔해야 하고 되도록 간결해야 한다. 


또한, 한 문장에서 목적어 '을/를'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문장에서 '을/를'과 같은 목적어는 2개 이상 사용될 경우 문장이 모호해진다. 그러니 페이퍼를 다시 탈고할 때 이런 중복되는 표현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하길 바란다. 그리고 문장이 길어진다 싶으면 문맥에 맞춰 쉼표를 활용하자. 그러면 읽기가 편해진다. 


필자가 시, 수필, 소설, 그리고 사업계획서까지 써 오면서 느낀 점은...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그냥 쓰면, 그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아무렇게나 보이게 된다. 유의하고, 유념하자. 글은 나라는 사람의 집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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