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저도 좀...
최근에는 글보다는 사람 만나는 것에 주력하고 움직였다. 그래서 정말 많은 대표님들을 만나기도 했고, 미팅도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 가장 좀... 힘들고 난해한 이야기를 한 대표님들이 계셨는데, 바로 투자유치에 열정을 올리시는 분이었다. 무려 100억원이나!!!!
일단 투자제안서는 없는 상태였고, 사업계획도 디테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템 설명을 쭈욱- 하시는 분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난감했다. 페이퍼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템도 디테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제안서를 만들어 달라고도 하시니...
그래서 오늘은 투자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도록 하겠다.
일단, 한방에 100억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다
최근 한 3명 정도의 대표님이 100억 투자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일단, 제대로 말씀드리자면 100억을 한 방에 유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 필자가 일했던 회사가 자본금 1억에 기업가치를 50억, 그러고 나서 투자받은 금액이 15억이었다. 투자사에서 가져간 투자 지분율은 필자의 기억에는 22.5%로 알고 있다.
자본금 1억에 기업가치를 50억. 무려 50 배수를 받은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거니와, 50억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15억 정도의 투자유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체크해야 한다.
그렇다면 100억 정도의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업이 돼야 하나?
최근 이병헌과 변요한이 광고하는 '밀리의 서재'가 누적투자유치금이 100억 원이다. 3년밖에 안된 이 기업은 월정액 9900원으로 약 250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 '시리즈 B'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무한정 콘텐츠 공급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와 동시에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었기에 가능했던 것. (*10만 명이 1만 원씩 매달 결제하고 1년 동안 사용하면 연 매출이 120억 원이다)
이 정도의 매출 가능성과 파급력이 있지 않는 이상 100억 원 투자유치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올해. 신기술과 해외 수출 역량이 쌓여진 '플라즈 맵'과 덕후들을 노린 '클로버 게임즈'와 같은 기업 등이 100억 투자유치를 받았는데, 이들 기업을 분석하면 비즈니스 모델과 타깃이 명확하고, 매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정도는 되어야지 100억이 가능하다...
요정도가 아니라면 100억 투자유치 기대는 접고, 일단 가열하게 발전! 발전! 발전!을 거듭하게는 맞다.
제가 네트워크가 빵빵합니다!...
(*그 인맥들이 본인 사업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어떤 대표님께서도 100억 투자유치를 원한다고 하셔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단, 아이템은... 아직 디테일하게 잡힌 게 없었다. 그래서 아이템부터 다듬어야만 했다. (*아이템도 확실치 않은데 도대체 100억은 어떻게 가져올 생각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표님이 계속해서 언급하시는 게 바로 네트워크였다. 본인의 네트워크가 대단하니 이 부분을 강조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검색해서 넣긴 했는데... 여기서 딱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업은 본인이 하는 거지 네트워크나 인맥으로 하는 게 아니다.(*그리고 필자 주위에 더 대단하신분들이 많아서)
투자를 받든, 대출을 하든... 본인 사업체에서 4대 보험을 넣어준 사람이 아니거나, 상임이사에 등록된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상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네트워크, 인맥을 확실히 수치화시키고 싶다면 최소한 MOU를 맺었다는 각서가 필요하고, 아니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서 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업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본인 아이템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며, 본인 스스로가 다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왜 본인 사업 아이템을 모르세요???
(*제발 돈 되는 것이라고 뛰어들지 마세요...)
다른 모 대표님과도 사업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 대표님 말을 들어보면... 본인이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알고 보니 그 대표님이 돈을 가지고 있고, 그 돈으로 그 업체를 구매(?) 한 것이었다. 그러니 사업을 모를 수밖에...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그 업체 사정을 일단 봐야 하는데, 정말 건실한 업체라 할지라도 주먹구구식 운영이 될 수 있다. 왜냐면 대표 본인인이 사업 전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간에 어떤 과정으로 매출, 영업이익이 일어나는지 다 봐야 하는데... 과연 본인이 만들어 온 사업이 아닌 상태에서 가능할까? 관련분야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능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일이 꽤~ 지나야 가능할 것이며,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며,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업은 냉정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비즈니스 라야 만 한다. 친목모임이 아니다.
투자제안서는 설득의 미학. 그러니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접근하자
투자제안서는 말 그대로 "돈 빌려주세요!"라고 하면서 "제가 이렇게 해서 갚아드릴게요"라는 것을 매우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설득의 미학!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투자제안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매우 단순하게 접근하거나, 아예 아이템을 잘 모르거나, 우연히 인맥 빨로 해보려고 하는데... 제발 그러지 말길 바란다.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고, 된다고 한다면 다른 무엇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투자금 횡령이라던가...)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접근하자. 스스로의 사업을 잘 말하고, 진짜 돈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한 다음에 진행하자. 투자는 미학이다. 설득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