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오랜만에 쓰니 살짝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2020년 1학기에 국립한국교통대학교에서 강사(외래교수)로 창의적 융합경영이라는 전공강의를 했다. 대학에서 전담으로 이렇게 강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강의로 진행해야 했던 터라 너무나 새로운 경험을 두배로 했다는 것. 그래도 대학 전공강의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도 많고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단순 제조, IoT, 블록체인, 플랫폼 등 정말 전방위 사업분야에서 사업계획서 컨설팅, 수정 보완 작업을 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견문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손목 염좌라는 부상을 얻었다는 것.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 건강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문화예술에서 가장 어렵다(?)는 공예분야 멘토링과 자문을 했다. 먼저, 올해 봄에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 진행했던 사업화 멘토링. 그리고 며칠 전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에서 창업지원사업 전문가 자문회의 요청이 있어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멘토링도 하고 자문으로도 참여했는데... 꾸준히 드는 생각은... 참 어려운 분야라는 것.
그래서 이 분야의 완전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말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공예를 비롯한 문화예술 창업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절감하니까...
아티스트와 비즈니스, 나는 어디쯤 위치할까?
아트 분야. 특히, 공예분야의 경우 멘토와 멘티가 가장 크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공예분야 창업을 비롯한 1인 문화예술 창업의 멘토링을 진행하다 보면 '작가'라는 철옹성에 의해 멘토들이 지쳐나가고, 멘티(작가)의 경우 멘토의 '비즈니스&수익'이라는 단어를 100만 번 듣고 혀를 차게 된다. 그만큼 공예분야는 산업군과 가장 밀접하지만 아티스트, 즉 작가라는 명칭이 가장 극명하게 작용하는 분야이다.
미술은 실생활 용품보다는 심미적 상품이고, 음악은 장르 및 분야 별로 달라지고(*음악산업과 예술을 넘나들긴 하지만...), 금속공예는 조형미술에 가깝기 때문에 소위 B2C 비즈니스 산업으로 가지고 오기 어렵다. 반면, 공예분야는 다이소에 파는 1000원짜리 밥그릇에서부터 국보 95호 <청자 칠보 투각 항로>까지, 말 그대로 실생활용품에서 극한의 예술작품까지 넓은 스팩트럼을 가진다.
그런데 공예분야에 종사하시는 대다수 분들이 '작가'를 꿈꿨지 다이소와 이마트의 도자 그릇 생산자를 꿈꾸진 않았다. 그러니 비즈니스 분야 멘토들과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작품을 이야기하고, 비즈니스맨은 수익구조를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를 융합할 방법은 없을까?
결국 투트랙(Two Track) 브랜드 전략으로
멘토들은 멘티에게 무엇을 강요해선 안된다. 멘토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필자는 투트랙 브랜드 전략을 제시한다.
투트랙 브랜드 전략은, 하나의 브랜드 안에 '상위 브랜드', '하위 브랜드'를 두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르마니', '쌤쏘나이트' 등이 있다. 아르마니의 경우 메인스트림인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있고, 타깃 연령을 낮추고 가격 역시 낮춘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있다. 아르마니라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갖추면서 상대적으로 저가형 라인업을 구축. 품질, 내구성 등에 차이가 있지만 아르마니의 핵심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쌤쏘나이트 역시 '정장 가방(?)' 느낌의 쌤쏘나이트라는 메인스트림에 최상위 브랜드인 쌤쏘나이트 블랙라벨, 그리고 캐주얼한 하위 브랜드인 쌤쏘나이트 레드가 존재한다. 이들 역시 쌤쏘나이트가 가지는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상하위 브랜드를 나눠서 시장에 진입했다.
공예분야!? 충분히 가능하다.
일단 작가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그 브랜드 가치가 가진 것 중 디자인 영역을 뽑아서 하위 브랜드로 옮기는 것이다. (*색채, 캐릭터, 인상적 색감과 상징 등은 가능하지만, 행태적 특징을 가진 경우 불가능하긴 함)
예를 들어서, 서희 작가님(@seoheeean,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의 경우 '바다와 파도'라는 상징적 정체성으로 메인스트림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비즈니스 분야의 수익구조를 확립하고 싶어서 멘토링을 신청했었다.
이 작가님은 디자인, 정체성이 확실했기 때문에 최상위 오브제나 상위 제품(*접시)은 그대로 고가 정책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이마트, 대형마켓에 있는 기 제품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1차 초벌 제품에 본인만의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으로 하위 제품을 형성했다. 보통 1차 초벌 제품은 접시의 경우 대략 800원~1200원, 이를 디자인 입히고 가공할 경우 대략 3000~5000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는데, 이는 충분히 기성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격대이다.
즉,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진 디자인은 유지하고, 저가의 제품에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하는 디자인'을 입힘으로서 하위 브랜드 제품으로 주요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이 효과적인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단가 조정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에 관한 비즈니스 요소 체크는 필수다.
양성 기관은 국내외 유통 서포터 담당 필요
최근 자문 회의를 갔을 때, 필자는 공예센터와 같은 공간에는 반드시 '유통 서포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든다면, 센터 내에 우체국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대다수의 작가들이 공예 제품 자체가 무겁고, 파손율이 높기 때문에 배송을 걱정한다. 오죽하면 택배사나 우체국 가다가 부서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할까. 특히, 사이즈가 큰 접시나 그릇의 경우 1인 작가가 들고 가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공예 창업 지원센터 내에 유통 및 배송을 돕는 서포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공예 작가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아이디어스>이며, 최근에는 네이버의 <아트 윈도>, <도>, <창작공방>도 많이 이용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출에 의존하던 공방이 온라인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향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유통 서포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국내 아이디어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엣시(https://www.etsy.com/)'를 이용하고자 하는 작가분들이 많다. 그런데 배송 방법, 영어로 주소를 작성하는 것, 포장, 기타 방법 들을 몰라서(*혹은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공예분야 창업 양성 기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서포터를 한다면 충분히 작가들의 수익구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가격대가 높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가격대가 비슷하고, 상대적으로 유통이 쉬운 '가죽 분야'는 글로벌 진출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분야
공예를 비롯한 문화예술 창업분야는 정말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반 기술창업과 다르게 '아티스트 vs 비즈니스'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또한, 시장이 좁고, 자생 확률이 낮으며, 단가가 높아서 소비자 접근성도 낮다. 그렇다면... 조금씩 조금씩 실무적인 부분을 교육할 필요가 있고, 도울 필요가 있다.
즉, 생산 단가 계산이라던가,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 방안,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마케팅 저렴하게 하는 방법, 수익 및 가치 높이기, 영어 주소 작성법, 엣시 가입하기... 이런 식으로 아주 기본적이지만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TS가 한국 문화를 알리고, 넷플릭스에서는 킹덤이 한국의 모자(갓)를 알리고... 슬슬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성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 분명 방법은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