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식객
9월이 되니 배가 고팠다.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달려갔다.
수많은 중국집.
이럴 땐 단골이 있어야 피곤하지 않다.
맛도 맛이지만 주차하기 좋은 곳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빼곡하다.
맛집인가?
어렵게 안내받은 빈자리.
룸 안의 회전식탁.
코스요리를 먹는 곳이다.
앉기가 애매하다.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
결국 나란히 앉았다.
주문은 역시 자장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이 국룰이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갓 튀겨 건져 올린
튀김옷이 군침을 돌게 한다.
탕수육 소스에 푹 담 구어 한 입 가져가니
말해 뭐 해.
쫀득하고 바삭한 식감,
살짝 시큼 달콤한 소스의 맛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춘다.
삼선짬뽕의 국물 맛은 또 어떻고.
배추,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전복까지
마치 수많은 조연들의 감칠맛난 연기를 보듯
순간의 고열로 달구어진 웍 안에서
춤을 추는 재료의 향연.
탱탱한 면발과 배추를 한 젓가락
들어 올려 입안에 넣고
매콤 시원한 국물을 빨아들인다.
후루룩!
캬! 마성의 국물맛.
자, 이제 짬뽕을 맛보았으니
자장을 먹어보아야 한다.
살짝 노릇하며 윤기가 흐르는 면 한 그릇에
검은 자장소스를 쏟아붓고 섞는 순간
코끝에 닿는 자장 특유의 향.
다시 군침이 돋는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 젓가락 걷어 올려
입안으로 넣는다.
입 주변에 소스가 묻는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장만을 생각하고 집중한다.
그러나 좀 아쉽다.
자장소스가 짜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중국집에서 원 없이 맛본
자장과 짬뽕, 탕수육 삼총사는 역시
국민 간식이자 한 끼 대용의 식사로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장이냐 짬뽕이냐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눈과 입, 코를 만족시켰던 그날의 식탁을
허접한 취향의 한 식객이 글로 정리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