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아침
여행지에서의 첫 아침,
낯선 방 안을 채우는 온기.
어젯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커튼은
아침 햇살이 차오르자 숨겨둔 선명한
꽃무늬를 내비친다.
수줍게 내려앉은 햇살에 젖은 레이스는
마치 막 피어난 꽃잎의 핏줄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다.
창밖은 이미 봄의 공기로 가득하다.
투명한 커튼 너머로 비쳐오는 흐릿한
풍경 속에서, 겨우내 굳어있던 대지가
말랑하게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차가웠던 바람 끝은 어느새 둥글게 마모되어,
레이스 틈새로 연분홍빛 공기를 밀어 넣는다.
햇살은 단순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커튼의 붉은 올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따스한 온기로 적셔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달력의 숫자가 아니라
이토록 사소하고도 눈부신 아침의 질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행지의 아침, 붉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여행이라는 낯선 시간과
계절의 새로움을 함께 감싸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