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어제
아파트 공용 베란다에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마신다.
동녘에선 이미 붉은 해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고개를 돌려 마주한 서쪽 하늘엔
아직 수줍은 달이 머물고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비상계단으로 향한다.
한 층, 한 층 내디딜 때마다
창밖의 풍경도 리듬을 탄다.
내가 한 층을 오르면 달도 한 층 떠오르고,
숨을 고르며 한 층을 내려가면
달도 한 층 가라앉는다.
회색빛 아파트 동과 동 사이,
좁다란 하늘 길목에서 달님은 마치
나의 걸음수를 세어주는
다정한 동반자 같다.
새벽 비상계단의 적막 속에서 깨닫는다.
동쪽의 태양이 ‘오늘’이라는 활력이라면,
서쪽 하늘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는 저 달은
내가 성실히 살아낸 ‘오늘 같은 어제’라는 것을.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이 새벽의 층계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힘차게 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