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섬의 시간 안에서

섬의 소리를 듣는다.

by 희망열차


● 2일 차 일정

숙소 출발(08:00) >> 3구간 독실산 삼거리(09:00) >>독실산 정상(09:35) >> 독실산 전망대(10:30) >>

백년등대(12:30) >> 신선봉(14:00) >> 6구간 노을 전망대(15:00) >>항리마을(16:00) >>숙소 도착(18:00


8356EF80-846D-4F6C-8AE4-ABF01D46ECAD_1_201_a.jpeg?type=w773


트레킹 첫째 날, 낯선 섬에서의 왕복 5시간 트레킹은 시작부터 무리였다.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오르막길과 포장도로라는 특수한 지형에 배낭짐의 무게까지 더해져서

트레킹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였다.

또한 해가 저문 뒤 돌아오는 길은 땀에 젖은 몸과 바람으로 인하여 감기라도 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속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니 항구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전날의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가거도의 아침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식당에 들어서니 아침상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2일 차 트레킹의 출발이다.

첫날의 경험으로 고생짐이 된 배낭을 포기하고 아웃도어 조끼를 착용하였다.

메모장과 필기구, 소형 디지털카메라, 핑거리스 장갑, 이어폰, 수건, 행동식, 물티슈, 생수 등

필요한 물품은 모두 포켓에 넣고 2일 차 트레킹에 나섰다.


55E84A14-C736-47F0-83F8-9552328C53EC_1_201_a.jpeg?type=w773
516805A4-C54A-415F-A52F-F8C6438CBDC9_1_201_a.jpeg?type=w773
BC7E76D2-859C-4AA6-8DB8-CA0B9FB91E72_1_201_a.jpeg?type=w773
BD915AD5-6ECC-475C-ACDD-4143C9B891A7_1_201_a.jpeg?type=w773
SE-fae69d7a-671b-46b9-a77a-11245a770548.jpg?type=w773
9D40F69F-7958-4149-AC2A-D9686F385586_1_201_a.jpeg?type=w386

많은 것을 덜어내서인지 걸음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끼며 섬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독실산 삼거리에 도착하여 구간을 재확인해보았다.

구간구간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다.

걷는 내내 섬의 속삭임을 듣는 듯 섬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1BC9AD89-95A6-4F3D-95A7-65E3138067B2_1_201_a.jpeg?type=w386
E727E838-14E3-4148-81A3-EF47685C3D4B_1_201_a.jpeg?type=w773
543370FA-E01F-44A7-88B8-95AE8DE848C6_1_201_a.jpeg?type=w773
FDE55B65-1C42-4895-816E-DF60DE93F7A4_1_201_a.jpeg?type=w773

드디어 독실상 정상에 다 달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뷰는 아쉽게도 지독한 안갯속에 갇혀있었다.

정상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독실산의 속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없었는 듯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지천인 숲 속에서 태고의 원시림을 보는 것 같았다. 숲 속의 크고 작은 바위마다 두터운 이끼들이 숲은 압도하고 있었다.

숲이 깊어서일까? 깊은숨을 쉬는 것 같았다.

오랜 세월 독실산에서 생명을 이어온 수목과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혼자서 들어온 숲이 경이롭고 두렵기까지 하였다.


60EA0F2A-EF8A-4383-988C-048F0AA36E85_1_201_a.jpeg?type=w386
A506B0B4-9C33-4C58-A15E-1A8AABE36598_1_201_a.jpeg?type=w386
80175532-325F-4BB0-AFCD-4E40FAC7498A_1_201_a.jpeg?type=w773
1D2D9568-1A94-45B4-A58B-1104E305C917_1_201_a.jpeg?type=w773

숲에는 등산로가 따로 있지 않아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연결된 로프로 방향을 가늠해야 했다.

숲을 어느 정도 벗어나니 독실산 조망대가 나타났다.

독실산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수사가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서 점점이 떠있는 몇 개의 작은 섬,

푸른 하늘과 바다는 물감을 풀어놓은 듯 그 경계가 불분명하였다.


CC481985-4A76-4E1A-876A-1C24497EC6AB_1_201_a.jpeg?type=w773
05A5B7B8-14A3-4A68-BFC6-413C25F83BBC_1_201_a.jpeg?type=w773

후박나무 군락과 동백나무가 뒤섞인 원시림 사이사이에 숨통을 튀어주는 전망대가 있었다.

신안군에서 가장 높다 하는 독실산의 주봉에서 바라보는 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날은 오전 시간대에 해무가 섬 일대를 감싸고 있어서 수평선이 선명하지 못하였지만

안개가 휘감고 도는 산기슭과 해안선에 신비함이 묻어났다.


16AB623B-35F3-41BE-9268-68FC593F18E5_1_201_a.jpeg?type=w773
8170E6E8-B00F-4A94-85C3-7065158EDCB6_1_201_a.jpeg?type=w386
8B2F8184-4491-41CB-A3DA-267C92C28321_1_201_a.jpeg?type=w773
F90D4548-B6B1-47A6-9DEB-DC1963250936_1_201_a.jpeg?type=w386
77333973-734E-4FD7-87AE-0CB1BB1993A6_1_201_a.jpeg?type=w386
9FE54838-E261-42CD-89CF-4C81734894D3_1_201_a.jpeg?type=w386
7EA31366-5C4D-4557-AF85-3A9CCE11BE23_1_201_a.jpeg?type=w386
8C2F193B-18C1-4987-89AC-5B358A0E1034_1_201_a.jpeg?type=w773

두 번째 조망대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후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들을 건너고 돌아서 백년등대에 도착하였다.

등대를 보기 위해서는 가거도항에서 배편을 이용하면 되지만 섬의 구석구석을 알아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당일치기로 섬 전체를 투어 하려고 한다면 섬 주민의 차량이나 배를 이용하여

각 구간을 돌아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경비가 들어간다.


짧은 시간으로 섬의 겉과 속을 알아 간다는 것은 섬 여행의 의미를 무색게 하는 것이다.

몸은 힘들어도 섬의 시간 안에서 듣는 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거도에 입도하는 순간부터 나는 나의 시계를 섬시간에 맞추기로 하였다.

단 며칠이라도 섬의 시간 속에 살고 싶은 나는 속도를 늦추고 편안한 흐름으로

트레킹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C43205FB-037C-4222-A1D8-2FAB14624E32_1_201_a.jpeg?type=w386
EBADC122-50EE-4579-84F0-0DC70332C7D4_1_201_a.jpeg?type=w386
A272F6C7-2489-4835-A6E2-38B40117605C_1_201_a.jpeg?type=w386

백년등대까지는 3구간과 5구간을 거쳐야 했다.

백년등대를 벗아나기 위해서는 독실산 방향의 일부 구간을 다시 올라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힘들었던 코스가

바로 독실산 정상에서 등대로 오르내리는 구간이었다.

등산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이끼가 끼어 있는 험한 바위를 이리저리 피해 가며 오르고 내려야 해서

트레킹 내내 나의 무릎 관절이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천만다행이지만 혼자서 이 구간을 산행하기에는 난코스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가거도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혼자 걷는 트레킹에서 내가 느끼는 고독조차도 달콤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