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다.
물류센터에 겨울이 찾아들었다.
봄과 가을의 실종.
가을인가 싶더니 눈이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한다.
물류센터 특유의 건물구조는 계절에 취약하다.
밀폐형도 개방형도 아닌 구조에 천정고가 높아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벽체와 바닥으로부터
한기가 전달된다.
각 근무지 포스트마다 간이 스탠드형 전기온풍기를
설치하여 추위에 대비한다.
하지만 보안대원의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일하다 보니
그마저도 의미가 없고 각자 방한복을 갖추어 입어야 한다.
주야로 일하는 사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안전과 보안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부 복장을 금하는 규정이 있지만
강추위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출근 복장이 다양해진다.
그만큼 보안대원의 입장에서는 하절기보다 검색업무의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비니와 안전화, 두툼한 롱패딩, 방한점퍼 등의 의류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검색기기가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대원들의 눈검색 강도도 올라가서 피로도가 심해진다.
옛말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종종 발생하는
일부 사원들의 고가품 도난사고가 보안대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루종일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사원들에게 눈을 뗄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움직임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동절기 보안대원들의 24시는 주야를 막론하고 시종일관 정신적인
피로도가 누적되는 때이다.
이전글에서 대원과 사원 간, 마치 갑과 을의 종속관계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검색업무를 사이에 두고 사원과 거의 매일 논쟁이 벌어진다.
대원의 입장에서 사원들에게 검색업무에 협조해 줄 것을 희망하지만
비협조적인 일부 사원이 항상 존재하여서 심할 경우 나이를 불문하고
언어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된다.
늘 접하는 사원들과의 사이에 배려의 마음가짐을 가질 때,
서로의 일을 인정해 줄 때, 존중하는 언어가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언어폭력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도 어떤 향기가 있다고 한다.
설득하는 말이 아닌 당하는 말을 감수해야 한다면
보안대원들의 삶은 비참해질 것이다.
감정노동자로서의 직업에 자존감과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과 언어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 간의 불화로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놓인다면
동요되지 않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 초보대원이지만 업무적인 강도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공부를 꾸준히 하고자 한다.
이렇게 언제까지 자유롭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기에….
오늘도 나를 위로하며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