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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Nov 15. 2022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넋두리

식상하다는 영화를 보고도

'오우 재밌네!' 하며 영화관을 나선다.

난해하고 비대중적인 거장 감독의 영화를 보고는

'오우 멋지네!' 하며 밤의 어둠 속으로 향한다.


쓰레기 같다며 폄하한 최신 유행가를 들으며

'요즘 노래도 들을만한 거 있네' 하며 즐거워한다.

일백 명에 한 명 들을까 말까 한 강렬한 메탈을 들으며

몸속의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오름을 즐긴다.


나를 닮은 나를 만난 그 어느 날

나의 남은 생의 상당량이 나를 닮은 나에게 종속될 것을 예감하고

즐거움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고

그를 닮은 나를 만들어 낸 그가 느꼈을

일단의 감정을 내가 느꼈으리라 상상하며

인간이란 생명체의 자기 복제의 오묘함에 흥분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니코틴과 타르에 견디지 못하는 에 순응하고,

술을 마시고 싶었으나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해독 능력을 갖지 못한 나의 육체적 능력치에 항복한다.


아파트 앞 과일행상의  눈에서

얼굴모를 그의 가족들이 떠오르고

시든 채소를 널어놓은 길거리 좌판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나를 슬프게 한다.


기쁨을 봐도 슬프고

슬픔 앞에는 더욱 슬픈

슬픔의 유전자를 몸속 가득히 품고 사는

이젠 거울 앞에서 세월감을 동안[童顔]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너는 누구냐

인간 나는 도대체 누구냐


인간이 찾아낸 우주의 수많은 공간들 속에

가끔 찾아오는 기쁨과 자주 다가오는 슬픔을 인간에게 던져놓은

인간을 닮은 신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당신이 만들었다는

나는 왜 이 공간(時空間, Spacetime)에 와서

왜 이런 슬픔의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가는지

당신은 과연 알고 있기는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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