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티비 프로에서 그동안 방송에서 들어본 기억이 없는 '리액션'이라는 낯선 용어가 귀에 들려왔다.
'리' + '액션'. "영알못"인 내게도 어려운 단어는 아니어서 '반응'이라는 것을 , 청중의 반응을 말하는 것임을 바로 알았다. 하지만 내겐 낯선(자주 쓰지 않는) 단어였는데... 그 티비 프로의 모든 출연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리액션'이라는 말을 써온 듯 자연스레 주고받고 있었다.
학교 다닐 무렵 선생님들의 특히, 국어선생님의 경우 '차 키'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면서 학생들을 혼내곤 하던 기억이 있다. 영어 단어가 쓰이는 게 어디 '차 키' 뿐이겠는가마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전선처럼 느껴진 말이 '차 키'였던 것 같다. 요즘 국어 선생님들도 그러신 지 참 궁금하다.
위의 '리액션'과 더불어 내 귀를 불편하게 하는 영어 단어 삼인방은 '리액션', '힐링', '레전드'이다. 비교적 최근에 집중적으로 내 귀에 들려왔고, 세 가지 말 모두 우리말로 대체 불가한 것도 아니다. 힐링의 치유는 모르겠지만, 반응과 전설 정도는 왜 언어의 무덤에 넣으려 하는지 이해도 잘 되지 않는 수준의 말인데...
어릴 때 '벤또', '와라바시','스메끼리' 등등의 일본말을 몰아내기 위해 그리도 애쓰던 자리를 모두 미국말에게 내어주고 있는 모습. 십 년 이십 년 후에 우리말 조사를 빼고는 살아남는 말들이 얼마나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