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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Mar 22. 2023

돌발성 난청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참아야 하는

주말에 일하느라 무리했더니 감기가 왔다. 그런데 왼쪽 귀가 먹먹하다. 가만 보니... 소리가 안 들린다. 평소의 10~20% 정도만 들린다.

아휴...


이비인후과 갔더니 "돌발성 난청"이라고... 강한 스테로이드제 & 항생제를 이틀 먹고 "절대 휴식"을 한 후 호전이 안되면 대학병원 가라고 한다.


어젯밤에는 왼쪽 귀가 정막에 감싸였다. 세상이 이렇게 조용해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른쪽 귀는 이상 없었지만. 슬픈 생각에 평소 드나들던 단체방에 하소연 글을 썼다가 삭제했고, 삭제 전에 읽은 몇몇 지인의 쾌유 응원을 받았다. "기도 따위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철저한 무신론자이지만 벗들의 응원이 고팠던 모양이다.


술, 담배, 도박, 골프, 또 뭐 있지?

현대인(특히 남성)들이 즐겨하는 어느 것 하나 하지 않는 나는 음악 마니아다. 이십여 년간 헤드폰을 끼고 살았더니 평소에도 아주 작은 소리는 잘 못 알아 들었다.


최근에 약 25년간 모아 온 클래식 음반 6백여 장 중 대략 반을 처분한 백만 원으로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 삼성 티비 사운드바, 소니 노이즈캔슬링 블루투스 헤드셋, 소니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을 순식간에 사버렸다(물론 다 당근에서).


그동안 귀 감각의 수준을 높이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비싼 고급 헤드폰류는 사지 않았었다. '소리를 듣지 말고 음악을 듣자'는 생각에 그랬었는데, 마트에서 고급 헤드폰 청음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대거 구입했다. 평소 듣던 것과 소리의 차원이 달랐다. 저 낮은 곳에서 울려오는 첼로 현의 긁힘, 가늘게 들려오는 목관의 소리, 간혹 들리는 연주자의 숨소리 등 이래서 하이파이 마니아들이 돈질을 하는구나... 싶었다.  맛을 이제 막 느끼면서 출퇴근 시 꼭꼭 끼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돌발성 난청.


아... 토벤이 아저씨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하늘도 참 무심하시다 싶기도 하다. 유튜브 영상 자료를 찾아보니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쓰면서 젊은 세대도 난청이 늘고 있다고. ㅠㅠ


아이폰과 함께 노안을 맞이했고

블루투스 이어폰과 함께 난청을 맞이했다.


오... 통재로다!

늙어감이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젠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인간의 산물로부터의 영향을 그저 참아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냥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인간의 가공된 소리보다 까치의 울음 소리,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더 즐겨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오늘 하루 '절대 휴식'용 휴가.(요즘 69시간이니, 60시간이니 떠들어대는데 52시간으로 돼 있는 현재도 늘 과로다. 좀 알고 떠드시길.. 주어는 생략한다만) 약 3회 먹었는데... 소리가 살짝 돌아오는 듯하다. 휴...

청력이상이 오자마자 치료를 해서 효과를 보는 듯하다. 꼭 좋아지기를 스스로에게 응원해 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지안 버전의 나지막한 힘없는 목소리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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