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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빛 Feb 28. 2023

왜 그러는 걸까?

퉁명스러운 호떡 장수

가끔 포장마차에서

어묵이나 호떡 하나 사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대개는 집에 들어가서 저녁 먹기 직전이나 배가 고프지 않을 때 아파트 입구 포장마차가 눈에 띄곤 한다.


오늘은 한심한(^^) 오류 하나와 씨름하다가 종로에서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때우고 집으로 가던 차에 눈에 띈 집 앞 포장마차.


'어묵 하나 먹고 가자. ^^'


예순 줄 돼 보이는 남루한 차림의 쥔장이 스마트폰을 붙들고는 반복되는 커다란 음악을 틀고 있다. 이게 벨소리인지... 뭔지 몇 초 간격으로 반복되는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데 끄지도 않고 진도가 나가지도 않는다.


어느 여성이 미리 구워진 호떡 예닐곱 개를 바라보며

"호떡 새로 구워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묻자

"앞쪽건 좀 전에 구운 거고 뒤쪽건 조금 된 거예요"

하며 퉁명스레 내뱉는다.


퉁명스러운 쥔장의 댓 구에 여성은 그냥 발길을 돌려 버렸다. 여성이 채 포장마차 모퉁이를 돌기도 전에


"이거 뜨거워서 금방 먹지도 못하는데... 내 참 그 말을 허질 않아...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어묵을 먹던 나와 그 옆쪽에서 호떡과 어묵 포장을 주문하던 손님 들으라는 건지. 쥔장 맘을 몰라주는 손님이 야속한 건지.


"아저씨. 호떡 2개랑 어묵 포장이요!"

젊은 여성의 재차 주문소리에 그제야 시끄런 소음 같은 휴대폰 소리를 재우더니 주섬주섬 앞쪽으로 내려와서는 호떡을 담는다.


"내 오늘은 포장해 드리지만 담에는 셀프로 하셔야 해요. 바쁠 때 매번 내려와서 포장 못 해 드려요. 얘기 안 해도 되는데, 담에 안 해주면 서운하다고 할까 봐 얘기하는 거예요"

늙은 쥔장의 충고인지 잔소리인지에 젊은 여성은

"아... 네 셀프군요..."

하고는 계좌이체 후 아파트로 총총총 사라진다.

(주인이 바쁠 땐 셀프 포장, 계산하라고 적어놓긴 했다)


트럭을 개조한 포차 구조가 쥔장 자리에서 어묵을 담아주기 어려워 보이는 구조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쥔장 사정이고, 게다가 손님도 없이 한적한 상황에 스마트폰만 붙들고 괴상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쥔장의 상황을 이해해 보려 해 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분명 소일거리 삼아 늦은 시간에 호떡 행상을 펼치진 않았을 텐데... 다음에 오면 셀프로 포장해 가야 한다고 잘 알려준 그 젊은 여성이 다시 와서 '셀프 포장' 해 갈 일은 아마...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에휴. ㅠㅠ



후기 >

아파트 단지 카페에 올리자 댓글이 여럿 달렸다. 평소 내 글에는 좋아요만 두어 개 눌렸지 댓글은 그다지 없었는데 이례적인 일이었다.


- 호떡이 덜 익었어요

- 불친절해요

- 어묵 국물 많이 먹는다고 욕했어요

- 비위생적이에요

등등


제목 그대로 "왜 그러는 걸까?" 였는데... 주민들 댓글을 보니, 호떡 장수는 분명 뭔가 결함을 갖고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그는 장사가 안될 이유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으면서 '장사 안된'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덜 익었다는 호떡을 사 먹을 수도 없고...ㅠ


호떡 장수의 여러 상태가 좋아져서 장사 잘되고,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겐 작은 거리의 쉼터가 되기를 바래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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