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갔다가 "다방커피"라고 이름 붙인 음료가 눈에 띄었다. 커피에 생우유 등을 넣은 커피의 한 종류일 뿐인데 하필 이름에 "다방"이 들어가 있어 살짝 추억(?)이 일어 한번 구입해 봤다.
맛은 다방스럽고 추억은 또한 다방스러웠다.
나는 사실 다방세대는 아니었다. 다방을 몇 차례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긴 했지만, 내가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은 " 커피숍"이라 불리던 "다방의 대체품"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었다. 우리 세대 그리고 또 그 이후 세대 또 그리고 요즘 세대에겐 "다방"이란 용어는 아마 올드하고 "김양"이 떠오르는 밝음보단 어둠의 이미지가 강한 곳일 듯하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누군지 기억에 없는 어른을 만나러 다방에 갔던 기억, 고교 졸업 후 친구를 만나러 다방에 갔던 기억 등이 있다. 그리고 어릴 때 따라갔던 경우 말고는 다방의 기억엔 거의 항상 "김양"이 따라붙었다. 친구와 얘기 나누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아 요구르트 하나 먹겠다고 말하는 김양 혹은 김양 누나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동네 늙은이처럼 김양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엉덩이를두드릴 것도 아니고, 숫기 없는 갓 어른이 된 나이에 김양과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할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요구르트 먹고 빨리 자리 피해 주길 바라곤 했었다.
커피숍을 지나 "커피전문점"의 시대가 되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명칭보다는 "스타벅스"가 사실상 과거 "다방"이나 "커피숍"의 용어를 대체하는 느낌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용어를 대개 잘 모르지만, 처음 들었을 때 참 웃기기도 하고 잘 만들었다 생각한 게 "얼죽아"이다. 이 "얼죽아"를 모르는 분이 없을 듯하여 풀어적지 않겠다. 해외 뉴스에도 한국인의 얼죽아 사랑이 소개될 정도니 참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점식식사 후에 함께 일하는 동료 남성 1명과 여성 2명과 커피를 사려고 종로 무교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꼭 스타벅스를 가야 한다니... 그리고 역시 얼죽아를 시켰으니 외신 뉴스가 딱 맞는 듯하다. 물론 나는 안 얼죽아 파라 따뜻한 음료를 시키긴 했지만. ^^
이젠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던 다방도 오래되고 보니 추억의 것이 되었다. 아주 시골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간혹 "다방"이라고 붙은 간판을 보게 되지만, 과거의 기억이 되어버린 다방. 삼십여 년 전 먹고살려고 손님에게 요구르트 하나 요청하던 김양 누나에게 흔쾌히 그러시라 못했던 일이 지금에 와서 맘에 걸린다. 그 시절 수많은 김양 누나들은 다들 어디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