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것을 좇는다. 안정된 직업, 타인의 인정, 소소한 행복과 미래에 대한 보장. 그러나 그 모든 것 너머에,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어떤 질문이 존재한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삶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예술은 우리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는가?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성공한 중년의 증권 중개인이다. 가정도 있고,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 그의 선택은 이해받기 어렵고 때로는 무책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가 떠난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스트릭랜드는 예술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고, 사회적 지위를 내던지며, 타인의 비난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그리고 싶다’는 내면의 충동에 따라, 오직 예술 하나에 인생을 건다.
그의 여정은 타히티에 이르러 더욱 극단적인 모습으로 펼쳐진다. 문명으로부터 떨어진 섬에서 그는 원초적인 자연과 마주하며, 세속의 모든 규범에서 벗어난 그림을 완성해간다. 그의 작품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편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것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벗겨낸 어떤 고백처럼 다가온다.
『달과 6펜스』는 결국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진실한가? 스트릭랜드가 보여주는 삶은 사회적 윤리나 타인의 기대에서 완전히 벗어난, 철저히 개인적이고 본능적인 길이다. 그는 세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욕망을 따르고, 그 끝에서 비로소 예술로 승화된 존재가 된다.
삶에는 종종 ‘달’과 ‘6펜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달은 꿈과 본질의 상징이고, 6펜스는 현실과 안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부분 6펜스를 쥐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만, 때로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달과 6펜스』는 바로 그 용기에 대해, 그리고 그 대가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예술은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예술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게 된다. 그것은 때로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찾아야 하는 진실이기도 하며, 우리가 스스로 묻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달과 6펜스』는 우리 각자의 삶에 묻는다.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은 진정 당신의 것인가? 혹은 당신도 모르게, 누구의 기대 속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이 소설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그 질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젠가 우리가 달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우리의 삶을 비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