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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기억, 후회, 그리고 진실

by 콩코드


삶은 종종 불완전한 기억 위에 세워진다. 그리고 그 기억이 진실이라고 믿는 한, 우리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 안에서 안온함을 느낀다.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바로 그 안온함을 조용히 뒤흔든다. 이 소설은 기억의 불확실성과 진실의 다층성, 그리고 그것이 남긴 후회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 토니 웹스터는 평범한 중년의 남성이다. 그는 이제 은퇴한 상태로, 과거의 삶을 큰 문제 없이 지나온 듯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옛 연인의 어머니로부터 유산으로 작은 돈과 함께 일기장을 물려받게 되면서 그의 기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장면들, 특히 친구와 연인과의 관계는 그가 기억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그를 찾아온다.


반스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란 종종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방식"으로 왜곡된 것임을 말한다. 토니는 자신의 기억을 통해 과거를 윤색해 왔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지탱해온 해석의 틀이었다. 그러나 일기장을 통해 밝혀지는 진실은 그 틀을 부숴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게 된다. 기억이란 얼마나 허약하고 자의적인 것이며, 그 허약한 기억이 삶의 진실을 가리는 데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는지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후회에 대해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말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토니는 이제 와서 과거를 바로잡을 수도 없고, 당시의 진심을 전할 기회도 없다. 시간은 지나갔고, 상처는 남아 있다. 그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나쁜 사람이었나, 아니면 단지 무심했던 걸까?” 이 질문은 단지 토니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 질문이다.


이 소설의 미덕은 극적인 반전이 아닌, 일상의 사소한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에 있다. 줄리언 반스는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인간 내면의 모호함을 파고든다. 우리는 토니의 고백을 통해 우리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게 되고, 우리가 믿어온 ‘나의 이야기’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시간은 우리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단지 우리를 해체할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 중 하나는 그렇게 말한다. 시간은 치유를 주지 않는다. 대신, 감추고, 흐리게 하고, 때로는 왜곡시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더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하며, ‘기억’이라는 신뢰하기 어려운 도구를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겉보기에 조용하고 단정한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의 말미에 다다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방관 속에 살아왔는지를 조용히 드러내며, 그것을 마주할 용기를 묻는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기 위해 되새겨야 할 내면의 목소리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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