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조용한 방 안.
무심코 책을 한 권 펼쳤어요.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
제목부터 마음에 스르륵 내려앉더군요.
마치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걱정 말고 푹 자. 괜찮을 거야.”라고
속삭여주는 듯했어요.
이 책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진 않아요.
커다란 반전도, 굳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서사도 없죠.
대신 어떤 마음 하나가 천천히 흘러가고,
그 위로 생각이 살짝살짝 퍼지다가,
문장 하나가 조용히 지나가요—
바람처럼, 빛처럼,
혹은 오래된 기억처럼.
박솔뫼 작가의 문장은 참 이상해요.
별말 아닌 듯 툭툭 던지는데,
그게 마음속에 풍덩 하고 떨어져요.
강물 같기도 하고,
어쩌면 더 조용하고 느린—
몸 안쪽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공기 같기도 해요.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혼잣말처럼 문장들을 툭툭 흘려요.
“뭐 어때, 그냥 그런 거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도 있어야지.”
조금은 무심한 듯 건넨 말들이,
이상하게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요.
마치 늦은 밤,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사람이 더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처럼요.
이 책의 문장은 자꾸 생각에 잠기게 해요.
그렇다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생각은 아니에요.
오히려 마음 깊숙한 데서 슬쩍 떠오르는,
조용한 기억 같은 생각들.
“내가 좋아한 그 골목길,
같이 걷던 사람은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그 카페에서 함께 마신 커피는,
왜 그렇게 따뜻하고 특별했을까?”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나, 요즘 너무 무겁게 산 거 아닐까.’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정말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는 슬며시 눈을 감고 싶어져요.
그게,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좋은 일’일지도 몰라요.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살며시 허락해 주는 일.
만약 당신이
요즘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
혼자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잦다면,
이 책을 조심스레 권하고 싶어요.
책 속에는 당신에게 말을 거는 작은 목소리가 있어요.
큰소리로 외치지 않고,
살며시 귓가에 속삭이듯 다정한 말투로요.
“지금 이대로 괜찮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진짜로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끝으로, 이 책을 건네주고 싶은 분들이에요.
밤에 자꾸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친구
매일 열심히 사는 당신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리고 가끔 울고 싶은 당신에게.
ㅡ 박솔뫼의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