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대를 만나면 달뜨게 마련이다. 없던 욕구가 살아나고 상대에게 더해주지 못해 안달마저 난다, 이상해할 거 없다. 정상이다. 갑자기 부지런히 움직이고 미뤄두었던 운동이나 자기 계발에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바람직한 변화에 누군들 흐뭇하지 않을까? 역시나 지나치면 문제다. 이런 거다. 예를 들어 어느 때보다 운동을 열심히 한 A가 있다고 치자.
네 폼을 보여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한 뒤로 A는 활기차게 변한다. 상대방에게 같은 운동을 권한 것까지야 나무랄 데 없다. 급기야 클럽 정기권을 끊은 A는 상대방이 운동을 언제 했는지, 어느 단계에 올라섰는지 물은 뒤에 내가 봐줄 테니 동작을 해보라고 재촉한다. 의욕이 지나치지만 여기까지는 귀엽게 봐줄 만하다. 상대방이 시큰둥한 - 각자 알아서 할 일을 굳이 따져 묻는 것에 피로감이 높아지면 주로 나타나는 - 반응을 보이면 자신이 운동하는 이유에 관해, 운동 장소는 달라도 같은 운동을 한다는 일체감과 폼을 서로 봐주는 즐거움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땐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다음 수순으로 상대방이 운동을 하는 건지에 관해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내 여친은 혹은 내 남친은 다르다,라고 강변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 정도도 못 해주느냐, 고 A가 읍소하거나 볼멘소리 할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심을 확신하는 듯한 발언에 이르면 사실 뾰족한 수가 없다. 화제를 돌리거나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백번 정도하거나. 그 수준에서 수습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될 리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늘 못마땅해했어!
어떤 운동이든 한 번 실행하면 운동 기구에 욕심을 내게 된다. 기왕에 같은 운동을 시작했으니 먼저 기구를 구입하려는 A가 샵에 상대방을 대동하는 것 전혀 책잡을 행동이 아니다. 조만간 상대방도 기구를 살 거라 미리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야 할 위기의 때다. 초반에 더 알아보고 구입을 결정하자는 말은 신중하게 들린다. 하지만 구입을 결정한 뒤에 예를 들어 행사 기간 막바지라 당초 구입을 원했던 물품 일부가 없을 때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의견을 말하는 건 성격이 아주 다르다. A는 상대방이 A가 기구를 사는 것에 처음부터 반대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상대방이 A가 해당 종목의 운동을 하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라고 단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혹 여기까지 이르면 A에게 상대방은 ‘매사 반대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유사한 경험이 쌓이면 A에게 상대방은 옴짝달싹 없이 '그런 사람'이 된다.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를 안은 처지가 되었다. 친하다고, 혹 죽고 못 사는 관계라고 안심하지 말자.
문제 앞에 장사 없다!
어떤 문제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단순하다. 세월이 가면 상처는 아물 수 있다. 그렇다고 흔적마저 지울 순 없다. 상처에 패인 흔적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문제가 없을 때야 대수롭잖게 지나칠 흔적이라도 좋지 않은 기억과 결부되면 폭발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전에 해당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혹 그 때문에 다시 다툴 수 있더라도 당시 상황을 서로 맨눈으로 대면하는 게 낫다. 생각의 차이나 입장 차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면 뒷감당이 안 될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장담하기엔 살아갈 날이 많고 길다. 굳이 서로를 밀어낼 빌미를 안고 갈 까닭이 없다.
관계가 틀어졌다면 대단히 어리석다. 운동을 하게 된 배경은 상대방을 위해서였다. 정작은 고작 운동 기구 하나로 관계가 깨졌다. 상대방은 가고 기구만 남았다. 그 기구를 보면 흥겨울까? 우선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피자. 그 외 어떤 것도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가치가 뒤바뀌게 두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