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를 갈망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원하는 옷을 입고, 누구와도 사랑할 수 있는 세상.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유를 말하는 공간일수록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지고, 자유를 외치는 사회일수록 어떤 의견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 모순은 단지 정치적 억압이나 제도적 통제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안에서 생겨난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채, 스스로 검열을 시작한다. ‘문제 되는 말’, ‘불편한 생각’, ‘비주류적 표현’을 삼키며, ‘적당한 자유’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워간다.
"당신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단, 그 자유가 다수의 공감과 어긋나지 않을 때만."
"당신은 말할 수 있다.
단, 그 말이 누군가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을 때만."
자유는 언제부턴가 조건부로 배포되는 자원이 되었고, 우리는 자유를 누릴수록 더 많은 ‘주의사항’과 ‘선 긋기’를 요구받는다. 그렇기에 진짜 금기는, ‘금기’라고 쓰이지 않는다. 그것은 ‘배려’, ‘예의’, ‘감수성’이라는 말로 덧칠되어 질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정말로 자유로운 사회라면, 왜 어떤 질문은 던지기 어려운가. 정말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왜 어떤 말은 너무 쉽게 ‘문제적’이 되는가.
자유는 해방의 언어지만, 때로는 그 이름으로 새로운 금기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금기는, 더 교묘하고 더 자발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침묵을 유도하는 자유,
순응을 요구하는 자유,
자기 검열을 내면화한 자유.
우리는 지금 어떤 자유를 살고 있는가. 당신이 지금 하지 않은 말, 말하려다 멈춘 생각, 그 침묵 속에 ‘자유라는 이름의 금기’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심층 학습
‘자유’는 언제부터 ‘조심스러운 말’이 되었을까요?
오늘의 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다음 개념들과 논의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표현의 자유 vs 사회적 금기
현대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로 보장되지만, 실제로는 ‘공감’과 ‘정서’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서 끝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계는 어디인지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 참고 키워드: 혐오표현(hate speech), 표현의 책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과 자기검열
정치적 올바름(PC)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언어적 실천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개인의 말과 생각을 ‘조심스러운 것’으로 바꾸는 힘으로도 작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 참고 자료: 마크 릴라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미셸 푸코의 ‘규율 권력’과 자기 통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이 더 이상 외부에서 강제로 작용하지 않고, 개인 안에 내면화되어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개인은, 사실 가장 깊은 통제 안에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 핵심 개념: 규율 권력, 파놉티콘, 자기 규율화
자유는 ‘무엇으로부터’인가, ‘무엇을 향해’인가
아이제이아 벌린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방해받지 않을 자유)와 '적극적 자유'(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 구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자유는 과연 어떤 종류의 자유인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성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 참고: 아이제이아 벌린 「자유의 두 개념」
함께 던져볼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까?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음에도 말하지 않는 순간이 있었나요?
‘하지 않은 말’에는 어떤 규범이 숨어 있었을까요?
우리는 진짜 자유로운가, 혹은 자유롭게 통제당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