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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흔들리지 않는 삶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일상이 사유로 깊어지는 순간들

by 콩코드


야마구치 슈는 이 책에서 철학을 ‘추상적인 학문’이라는 틀에서 과감히 벗겨낸다. 우리가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먼 과거의 위대한 사상가들, 복잡한 개념과 논리의 미로,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에게 철학은 결코 책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작고 소소한 문제들,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다. 말하자면 철학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이며,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사유의 힘’이다.


이 책은 ‘철학적 사유’가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갈등, 가족 간의 소소한 다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처럼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문제들 앞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도록 이끈다. “왜 나는 이 문제에 이렇게 반응하는가?”,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싶은가?”, “나는 지금, 나다운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와 같은 물음은 결국 내면의 나와 마주하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이처럼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야마구치 슈는 특히 ‘실천적 철학’의 의미를 강조한다. 철학은 단지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작지만 결정적인 순간들에 주목하며, 그런 순간마다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점검하고 다듬는 ‘사유의 연습’을 제안한다. 이는 곧 ‘나만의 철학’을 세워가는 과정이며, 이 철학이 삶의 무기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철학을 삶의 무기로 삼는 것’이 곧 자기 자신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정보는 넘쳐나며, 우리는 수많은 외부의 기대와 요구에 흔들린다. 그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충실히 따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철학은 바로 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때로는 그 소리에 반문하면서,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걸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철학은 거창한 지식이나 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를 지켜주는 수호자다. 일상의 혼란과 불확실성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 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타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까지 넓혀 준다. 철학은 ‘삶을 좀 더 견고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무기’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철학이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질문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작지만 강력한 도구’임을 깨닫게 된다. 야마구치 슈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철학은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 속에서 철학자가 될 수 있다. 오늘 내가 던지는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진지한 응답이야말로 철학적 삶의 첫걸음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지하철 안에서, 회사 책상 앞에서, 가족과 마주 앉은 식탁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주체적이고 깊이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야마구치 슈는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은 어떤 질문을 했는가? 그 질문은 당신을 어디로 이끌었는가?”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삶을 헤쳐 나갈 자신만의 무기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연마해 간다.


철학은 결국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실천’임을 일깨워 주는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삶을 조금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건넨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 당신의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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