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야구 출신의 한화 황영묵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면서 투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단다. 특히 지난 17일 프로 데뷔 두 번째 무대에서 탄탄한 수비로 호평을 이끌어내더니 2대 3으로 뒤진 8회 초 2사 2루에서 중전 안타로 1타점을 기록했다. 직전까지 패전에 몰린 류현진을 구한 한 방이었다.
황영묵의 프로 무대 데뷔전은 하루 전인 16일에 있었다. 생애 첫 선발 출전에도 황영묵은 침착하게 공을 밀어쳐 1안타 1 득점을 냈다. 황영묵은 자신의 시그니처라 할 만한 안정적인 수비로 구단이 황영묵을 지명한 이유에 답했다. 타석에서까지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최강야구는 '한물간' 선수들이 모여 현역 선수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퇴물들의 반란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시청자들의 열광은 시준 내내 구들이 거둔 성적만이 아니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와 여전히 활화산처럼 불타는 열정으로 무장한 퇴물들에게서 희열을 느꼈다.
그들이 프로 시절의 구위나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도 아직 가망이 있다는 사실을 퇴물들에게서 확인받는 느낌은 시청자들에게 가히 폭발적이었다. 급기야 시청자들은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청자들의 환호성은관객의 열광으로, 박수는 함성으로 바뀌었다. 시즌 1로 끝맺음하려던 기획은 시즌 2에 이어 시즌 3으로 바통을 넘겼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영광도 시간 앞에 장사 없다. 그날의 영광은 손쉽게 잊힌다. 관객은 끊임없이 새 영웅을 갈망하고 그들 뒤에 선다. 직전의 영웅들이 설자리는 없다. 기억에서 사라진 영웅, 퇴물들에 모 PD가 관심을 가졌다. 멍석을 깔아주자 퇴물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렇다고 당장 실력이 올라올 리 없다. 무대를 떠난 지 족히 수년은 되었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례 없던 결정적인 실수도 나왔다. 그럴수록 앞날을 더는 기약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악순환이었다.
또 한 번의 쓸쓸한 퇴장이 예견될 즈음 그들은 여전히 그들 안에서 요동치는 야구에 대한 갈증을 확인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프로그램에 리얼이 가득 찼다. 첫회부터 나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나뿐만 아니라 인생 극복의 드라마를 스포츠에서 본 시청자들은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성공이었다.
황영묵 같이 당장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인물들에게도 최강야구는 기회의 문을활짝 열었다. 입단 테스트에서 발탁되거나 인상을 남긴 이들이 최강야구에 합류했다. 더러 천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투수 정현수다. 그 뒤를 타자 황영묵이 이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앞서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스포츠에선 후배가 선배를 제치는 일이 흔하다. 최강야구처럼 퇴물이 현역 위에 올라서는 일도 앞으로는 흔히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어느 경우에도 영웅은 탄생하고 사멸한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순간에 I'll be back! 감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휴먼 드라마가 자주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기회의 문이뒤에서도열리는 의외의 순간을 만끽하는황홀경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내가 그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비슷한 무대가 퇴장을 앞둔 내게도 다가오지않을까 하는 기대만으로도 사는 일이 충만할 거 같다.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는확인은최강야구가 보여준 또 다른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