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을 알리는 4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석촌호수에 나왔습니다. 갖은 잎사귀에 내걸린 초록빛이 호수를 지천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가면 녹색의 기운이 작열할 이곳 호수엔 저녁을 3시간 여 앞두고 때맞춘 상춘객들로 붐빕니다.
게으른 거위 몇 마리가 잠을 청해 보지만 소용없어 보입니다.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 두런두런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 찰칵찰칵 셔터음 소리. 어디 하나 비집고 들어가 잠을 청할 틈이 없습니다. 짜증이 난 겐지, 배고파 그러는지 알 수 없는 3 옥타브 고성에 곁을 지나던 애꿎은 상춘객들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연인들은 연신 헤픈 웃음을 날리며 호수 주위를 맴돌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진 무리 십 수 명은 별 것 아닌 것에 까르르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하늘은 파랗고 호수는 온통 초록입니다.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하나가 더 깊을 때가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한참 지난 뒤에 돌아보니 그것만큼 애잔한 추억도 없었던 듯합니다. 글 한 줄에 백 마디 말을 담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펀 마디 자연에서 그 일부라도 가져올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