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마음이 꺾이는 순간들이 있다. 애써 지켜온 관계에서 뜻하지 않게 밀려나거나, 무심코 던진 한 마디로 오해를 사거나,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내뱉고 돌아서야 할 때. 그럴 때면 마음 한가운데서 작은 속삭임이 울린다. ‘이럴 땐 누가 내 편이 되어줄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위로에 기대고,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깊은 고통 앞에서는 누구도 완전히 내 마음을 대신 짊어질 수 없다. 가장 외로운 순간은 늘 가장 가까운 이조차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서 찾아온다. 그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이 세계에서 내가 끝까지 믿고 의지해야 할 단 한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나는 한때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가 나의 전부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 믿음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조금씩 작아졌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휘청이고, 그들의 표정 하나에 하루의 기쁨과 슬픔이 출렁였다. 따뜻한 말을 들으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 같았고,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 나까지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의 중심을 타인의 시선과 감정에 내어주며 살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점점 내가 누구였는지 잊어갔다.
삶은 언제나 묻는다. ‘지금 네 곁엔 누가 있니?’ 그리곤 한 걸음 더 다가와, 다시 묻는다. ‘지금 너는 네 편이니?’
진심은 언제나 전해지지 않을 수 있다. 오해는 자주 이해보다 빠르고, 침묵은 다정함으로 다가오기보다 내 안과 상대 사이의 거리를 선명하게 느끼게 한다. 침묵은 다정함보다는 거리로 느껴진다. 어느 날은 그 어떤 말보다도 ‘나를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세상은 각자의 무게로 바쁘고,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끌어가는 데만도 벅차다. 기대고 싶은 마음을 거둬들이는 일, 그것은 슬프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실망으로 하루가 무너질 때, 그 무너진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고,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이는 저녁이면 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다정히 말해주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어야 한다. 누군가의 위로나 말이 아닌,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목소리가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나보다 더 아껴줄 사람은 없다. 그 말은 슬프지 않다. 오히려 단단한 진실이다. 내 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을 평생 기다리기보다, 내가 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실망과 오해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랑받지 못한 날에도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의 등을 토닥이는 연습을 한다.
한밤중, 뜻밖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휘청일 때가 있다. 낯선 감정이 덜컥 올라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나는 네 편이야.”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지만, 반복할수록 그 말이 스며든다. 언젠가는 나 스스로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작고 마음 한켠에 자리 잡는다.
이해받지 못한 순간에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사랑받지 못한 날에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단단한 삶의 시작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자신을 오래 지켜볼 수 있는 존재다. 마음이 흔들릴 때, 누구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주 상처받는 이유는, 타인의 말을 너무 가까이 들이고, 스스로의 목소리는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니?”
그 질문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수 있다면, 타인의 인정이나 확인 없이도 다시 걸을 힘을 얻는다.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일이 아니다. 실수한 나를 버리지 않고, 흔들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이따금, 세상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모든 관계가 멀어져 버린 듯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내 안의 작고도 단단한 목소리가 조용히 나를 일으킨다.
“괜찮아, 너는 여기 있고, 너는 충분해.”
그 짧은 말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은 다시 숨을 쉬고 살아갈 힘을 되찾는다. 결국 우리가 끝끝내 잃지 말아야 할 관계는 세상 누구와의 관계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 흐름 속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닻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를 믿는 힘일 것이다. 남들이 나를 오해하고, 사랑하지 않으며, 내 존재를 의심할지라도, 나만큼은 나를 붙잡아야 한다. 그 손을 놓지 않는 한, 어떤 외로움도, 어떤 고통도 끝내 견뎌낼 수 있다.
세상은 자주 말한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라”고.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편이다.”
그 말은 내게 힘이 되고, 나를 다시 사랑하게 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도, 실망에도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게 한다.
내 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바라는 마음을 강요하지 않고, 기대를 사랑으로 가장하지 않으며,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다. 나로부터 시작된 사랑은 타인에게도 깊이 전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곁을 지킬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간다.
오늘 하루,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너의 편이니?”
그 물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 하루는 결코 실패하지 않은 하루다.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쌓이면,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질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나는 언제나 나의 편이라는 단단한 확신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