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믿음

by 안녕 콩코드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나를 늘 뒷전에 두고 있었다. 더 나아진 모습이 되기 전까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금의 나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믿으며, ‘조금 더 나은 나’를 상상하며 오늘의 나를 유예했다. 어제보다 나아져야 하고, 실수 없이 살아야 하며, 늘 반듯한 말과 행동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완성되지 못한 존재라는 불안이 매일 나를 채찍질했다. 나는 내 존재를 끝없이 수정하고 검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나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 말끝을 흐리는 습관,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마음까지 포함해서.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 있고, 사랑하며, 사랑받는다. 부족한 상태로도 삶은 계속되고, 하루는 저물며,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곁에 머문다.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우리는 바깥에서 끊임없이 증거를 찾는다. 누가 나를 좋아해주기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봐주기를. 그리고 마치 그 모든 반응이 오늘의 나를 정의해줄 것처럼 매달린다. 그러나 그 기대는 결국 고요한 절망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많은 말과 응원을 받아도, 내가 스스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끝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훈련이자 결단이다. 매일 아침,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일.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불완전한 나를 탓하지 않고 품는 일. 그 믿음 없이는 어떤 관계도, 어떤 성취도, 내 삶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다.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그것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실수해도 괜찮다는 허락이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나를 안심시키는 말을 매일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 그걸로 충분해." 이 단순한 말이 내 안에 길고 고요한 울림을 남긴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은, 어떤 조건 없이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일이다. 더 잘해야만, 더 예뻐야만, 더 친절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언젠가 우리를 고장 내고 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없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갈망하면서도, 스스로를 점점 더 미워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늘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기분으로 산다. 나보다 앞서간 누군가의 삶을 보며 조급해하고, 내가 놓친 것들에 아쉬워하며. 하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 큰일을 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환한 미소로 남아 있을 수 있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위로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미 충분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마지막에 믿는 사람은 종종 우리 자신이다.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더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나를 온전히 믿기 시작할 때, 세상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유예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나아진 나’만이 삶의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의 나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한다. 변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변화만이 나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존재할 자격이 있고, 사랑받을 이유가 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주 작은 실천, 아주 조용한 용기. 가령 마음에 들지 않는 하루가 지나간 날에도 자신에게 “그래도 잘 해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 그 안에서 우리는 자라난다. 외부의 박수나 보상이 아닌, 내면의 수긍으로 삶을 견디고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의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로 살아가는 하루가, 그 어떤 미래의 약속보다 더 진실하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을 두고 연습해야 할 말은 이것인지 모른다. "나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그 믿음 하나가 나를 살아가게 하고, 나를 지키며, 나의 존재를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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