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고독은 내 편이다

by 안녕 콩코드

고독은 때로 날카롭고, 때로 부드럽게 내 안으로 스며든다. 그것은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평화를 건넨다. 사람들은 흔히 외로움과 고독을 같은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그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안다. 외로움은 원치 않게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것은 결핍의 그림자 속에서 몸을 움츠리게 하고, 때로 숨조차 막히게 한다. 반면, 고독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상태다. 그것은 충만에서 비롯되며, 내 마음속에 스스로를 초대하는 순간에서 자란다. 나는 더 이상 외로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고독을 택했다. 내 마음속 작은 방,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먼지 낀 공기 속에 스스로를 앉히는 일. 그것이 나의 고독이다.



오랫동안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었다. 밝아야 하고, 명랑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무리에 섞여 있어야 했고, 대화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 속에 놓고 살아왔다. 하지만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피로와 불안, 끊임없는 자기 점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무리 웃어도 마음이 고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고요 속에서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의 고독은 낯설고, 뾰족했다. 조용한 방 안에 앉으면 세상의 소음 대신 내 안의 울림이 들려왔다.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내 안의 작은 물결만 남았다. 억눌렀던 감정, 미뤄둔 기억, 어긋났던 말들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처음엔 그것들이 나를 찌르고 흔들었지만, 조금씩 들여다보며 깨달았다. 그것들이야말로 내가 그동안 지나쳐온 나의 조각들이라는 것을. 고독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조용히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내 안의 작은 방 안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얼굴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가면이고, 후자는 나 자신조차 낯설어하는 진짜 얼굴이다. 고독은 그 두 얼굴 사이의 틈에서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어떤 관계에서 숨이 막혔을까?”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은 무엇인가?”


질문이 늘어날수록 마음은 더 깊어졌다. 어쩌면 고독은 질문으로 이루어진 풍경인지도 모른다.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처럼, 마음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질문들은 남을 향하지 않고, 오로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함께’라는 말에서 위로를 느낀다. 따스한 온기, 손을 잡아주는 손길, 나를 비추는 시선. 나 또한 그런 온기에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고독은 그 온기가 없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나를 둘러싼 관계가 사라지고, 타인의 말이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나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다.


“정말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고독 속에서 나는 나를 괴롭히는 말들의 정체를 알아챘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냐.”

“좀 더 잘했어야지.”

“그때 웃지 말았어야 했어.”


그 모든 말들은 다름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던진 것이었다. 타인의 말이 아니라, 내 안의 비판이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고독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내 마음의 논리를 조용히 다시 쓰게 했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로 실수해도 충분히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 그것이 내가 고독을 ‘내 편’으로 받아들이게 된 시작이었다.


고독은 단절이 아니다. 오히려 고독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나 자신과의 연결, 세상과의 건강한 거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잃지 않는 선택. 고독을 통해 나는 사랑을 더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고립되지 않고, 혼자 있어도 허전하지 않은 상태. 그런 마음의 독립이 가능할 때, 진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혼자 걷는 길 위에서 스치는 바람, 흙냄새와 풀 내음, 불쑥 떠오르는 기억, 그 모든 것이 내게 말을 건다.


“지금 너는 너로 충분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싶다. 사람들 앞이 아니더라도, 혼자만의 장면 속에서도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를 바란다.


이제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도 자연스럽다. 창문에 스친 햇살이 잔잔한 커피 위로 내려앉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그 모든 시간이 나를 다듬는 시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고독은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단단하게 만든다. 침묵 속에서 자라는 감정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진심, 조용히 되짚은 상처와 기쁨. 그 모든 것들이 내 편이 된다.


고독을 선택하는 일은 세상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나를 존중하는 일이다. 내 삶에 집중하기 위한 단호한 선택이자, 나를 키우는 내면의 시간이다.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로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 상처로부터의 회복, 관계 안에서의 자율성. 이 모든 것이 고독이라는 이름 아래 자란다.


내가 선택한 고독은 결코 나를 외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것은 묻고, 기다리고, 가만히 곁을 지키는 다정한 힘이다. 사람들 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하고, 감정의 격류 속에서 잠시 숨 쉬게 하는 안식처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곁에 있지 않아도 소외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진심은 내 안에 있다. 침묵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용기, 혼자서도 나를 다독이는 시간. 그 모든 순간이 내 편이라는 것을, 나는 고독 속에서 배웠다.


고독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를 지키고, 나를 일깨우며, 나를 사랑하게 만든다. 고독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이 된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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