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바람 한 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사람. 스스로를 믿으며 꿋꿋이 길을 걷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단단함을 지키려 애쓸수록 마음은 더 쉽게 흔들렸다.
의연한 척할수록 속은 더 약해졌고,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났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나’와 ‘자주 흔들리는 나’ 사이에서 긴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작고 낯선 문장이 떠올랐다.
흔들려도 괜찮지 않을까.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게 무거운 짐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돌처럼 단단해지려 애쓰는 대신, 나무처럼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서서히 자라났다.
나무는 흔들리며 뿌리를 내린다.
바람은 가지를 휘게 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은 더 단단해진다. 바람에 쓰러지는 나무보다 바람을 품고 견디는 나무가 오래 산다. 감정도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흔들린다는 건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였다.
우리는 누구나 흔들린다.
결정 앞에서 머뭇거리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으며, 뜻하지 않은 순간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너무 인간적인 일이다. 중요한 건, 그 흔들림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였다.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그 파동을 지켜보며 중심을 다시 찾는 시간. 그 기다림이 필요했다.
흔들리는 나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제는 그 순간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왜 또 흔들리지?’가 아니라 ‘그래, 그럴 수 있지’로 나를 다독인다.
상처받고 주저하고 외로움이 찾아와도, 흔들린다는 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흔들리는 사람은 세상에 더 민감하다.
자주 지치지만, 그만큼 깊이 사랑하고 연결된다. 흔들림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있기에, 타인의 흔들림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연민이며, 공감의 시작이었다.
나는 흔들림 속에서 나를 배웠다.
두려움과 외로움, 후회 같은 감정들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감정들과 마주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 뒤엔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내가 있었다. 흔들림은 내 마음의 거울이었다.
삶은 균형보다는 조정의 연속이다.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다시 찾는 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만 자주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게 성숙이고, 진짜 성장이다.
그러니 나는 안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그 흔들림마저 나를 만든다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다면,
그 길이 조금씩 익숙해진다면,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어제보다 약해진 날이라도,
더 깊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그것은 후퇴가 아니라 성장이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작은 진동을 느낀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다독이며, 조금 더 고요한 단단함으로 나아간다.
자주 흔들려도 괜찮다. 흔들릴 수 있기에,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