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나를 사랑하는 일 사이

by 안녕 콩코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자리해 온 감정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마음을 품고 세상으로 나온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환대받는 경험을 갈망하며 자란다.

인정받고 싶고, 선택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그렇게 우리 안에 천천히 자리 잡는다.


그런 마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금세 드러난다.

말투에 묻어나고, 시선에 번지며, 행동 속에 스며든다.

하지만 그 마음은 때로 우리를 가장 연약하게 만든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면,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보다

누가 나를 좋아해 주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애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은 조금씩 구겨지고,

원래 자리에서 멀어져 간다.


나 역시 한동안 그렇게 살았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늘 웃었고, 불편한 말은 삼켰으며,

때로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숨겼다.

그렇게 하면 나를 좋아해 줄 거라 믿었다.

그렇게라도 곁에 머물러 준다면

그것이 곧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스쳤다.

이 모든 노력의 끝에서

정작 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준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혹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말과 표정에 쉽게 흔들리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그 마음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데

누가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진심으로 존중해 줄 수 있을까.


한때 나는 이렇게 믿었다.

누군가가 나를 깊이 사랑해 준다면,

그 마음이 곧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줄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사랑받는 것과 나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사랑은 순간이고, 조건이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평생의 의지다.

누군가가 등을 돌려도,

세상이 나를 오해하고 외면해도,

끝내 나를 지켜야 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이다.


내가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장 긴 시간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움츠리게 할 때마다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의 나는, 나에게 떳떳한가?”


이 질문은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드는 닻이 된다.

누군가의 사랑이 나를 흔들어 놓아도

이 물음 앞에서 나는 다시 중심을 찾는다.


그 중심은 하루하루 조금씩 단단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고,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해하면서도,

나는 매일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괜찮다.”

“그리고 네 마음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 작은 행위,

그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이제 나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마음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서 받는 사랑이 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타인의 인정이 나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나는 나의 결핍을 마주하되,

그 안에만 갇히지 않기로 한다.


어느 날 밤, 늦은 카페 구석에서

혼자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앉아 있을 때,

문득 깨달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나는 나를 환대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의 말도 필요하지 않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았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불편한 말 한마디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며,

하루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괜찮아.”

그 한마디를 건네는 것.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는 나를 믿는다는 조용한 결심.

그 작은 행동들이 쌓여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하지만 이제 그 마음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그 마음은 바람처럼 스쳐갈 뿐,

진짜 중심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법,

조금 더 다정해지는 법,

조금 더 기다려주는 법을.


그러다 보면 언젠가 진짜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 사랑은 누군가의 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나를 지켜온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랑은

누군가의 뜨거운 고백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한 문장의 응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너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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