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말들, 상처 주지 않는 침묵들

by 안녕 콩코드


말은 언제나 칼날 위를 걷는다.

단어 하나의 방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애써 이어온 마음의 실이 툭 하고 끊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말하기보다 먼저 망설인다.

말을 건넨다는 건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내어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진심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진심이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가

입 밖으로 쏟아질 때,

그것은 칼보다도 더 날카롭다.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건넨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박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실한 말이 반드시 따뜻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침묵을 배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마음을 지키는 법을.

그러나 모든 침묵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침묵에도 품격이 있고, 방향이 있다.

어떤 침묵은 상대를 기다리는

따뜻한 정적이 되지만,

어떤 침묵은 도망치듯 등을 돌리는

냉랭한 외면이 된다.

침묵은 때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기에,

우리는 그 무게를 쉽게 가늠하지 못한다.


언제 말할 것인가, 언제 말하지 않을 것인가.

이 질문은 관계를 이어가는 모든 순간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감정이 날을 세울 때는 잠시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상대의 언어를 기다려주는 침묵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

마음이 아직 말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을 땐,

조용히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자주 내게 묻는다.

지금 이 말은 정말 필요한가.

이 침묵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인가.

말은 순간적으로 잘라낼 수 있지만,

침묵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서 더 신중해진다.

어떤 말은 미뤄야 하고,

어떤 침묵은 껴안아야 한다.

관계는 그렇게 말과 침묵 사이의 여백에서 자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친밀함을 핑계 삼아 함부로 꺼낸 말이

때론 가장 깊은 상처가 된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

말은 줄여야 선명해지고,

침묵은 의도를 품어야 따뜻해진다.

긴 말보다 단단한 말,

침묵 속에서도 스며나오는 존중.

그것이 마음을 지키는 방식이다.


나는 종종 ‘너무 조심스럽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조심은 경계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위한 배려다.

쉽게 던진 말이

쉽게 관계를 흔든다는 것을

너무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의 모양을 자주 되묻고,

침묵의 결을 조심스레 만져본다.

무례하지 않기 위해,

서운하게 하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지킬 수 있는 마음이 있고,

말해야만 전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다.

그 감각은 상처와 후회 속에서

조금씩 자라난다.

책으로는 배울 수 없고,

살아내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의 균형이다.


나를 지키는 말은

상대를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우지 않는 말이다.

그리고 상처 주지 않는 침묵은

마음이 닿을 때까지 머물겠다는

조용한 약속이다.

우리는 이 말과 침묵의 숲을 걸으며

조금씩 자신을 지키는 언어를 익힌다.

그것이 관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도록.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서

몇 개의 말을 지우고,

몇 개의 침묵을 남긴다.

내가 꺼낸 말이 누군가를 찌르지 않기를,

내가 삼킨 침묵이 누군가를 외롭게 하지 않기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과 침묵을 고른다.

그 선택이 나를 지키고,

나아가 누군가를 지켜주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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