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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별에서 흙으로, 다시 별로

by 콩코드


아주 먼 옛날, 우리의 첫 발자국

아주 먼 옛날, 어느 숲 속에서 작은 무리가 길을 떠났다.

그들은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걸었다.

그 사소한 변화가 인류 역사의 첫 페이지였다.


처음 두 발로 걷던 그들은 아마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높은 풀 사이로 더 멀리 보기 위해서였을까,

혹은 손을 자유롭게 써서 열매를 움켜쥐고 돌아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유가 훗날 인류를 지금 이곳까지 데려왔다.


세월이 흐르며 우리의 조상들은 사냥을 배우고, 불을 다루고, 언어로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손에 쥔 도구는 결국 도시를 만들고, 문명을 건설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도심의 빌딩 숲도

모두 그 첫걸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길 위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인간 종도 있었다.

빙하기의 유럽을 누볐던 네안데르탈인, 그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강했고 영리했지만, 결국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왜 우리는 살아남고, 그들은 그렇지 못했을까?


어떤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쳤고, 네안데르탈인은 미치지 않았다.”


작은 배를 타고 보이지 않는 바다 끝으로 나아가고,

두렵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무모함.

바로 그 ‘미친 호기심’이 우리를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 된 이유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때로는 질투하며,

또 어떤 순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그중 하나다.

언어를 통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본능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성격’이나 ‘교육’의 결과만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며 쌓아온

생존 전략의 흔적이다.


질투와 속임수, 사랑과 배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때로는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의 본능은 여전히 생존과 번식이라는 오래된 목표를 속삭인다.

‘낭만’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이 본능을 살짝 감추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포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을 오직 진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동물이지만, 동시에 문화와 언어를 창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헤닝 엥겔른은 진화론적 시각을 토대로 하면서도

심리학과 사회학, 종교와 철학까지 두루 엮어

인간을 다층적으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생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누구인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미래, 우리 앞의 두 갈래 길

오늘의 인류는 새로운 문턱에 서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인간의 운명을 바꾸려 하며,

우주 탐사는 또 다른 행성을 향해 손을 뻗는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 변화가 인류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라고.

인공지능이 우리의 두뇌를 대신하고,

유전자 기술이 질병을 없애며,

우리는 마침내 죽음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묻는다.


“그것이 정말 축복일까, 아니면 파멸의 시작일까?”


만약 부유한 사람들만이 최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인류는 유전적으로도 둘로 갈라질 수 있다.

강해지고 오래 사는 ‘선택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

그때 우리는 과연 누구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미래의 인간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빛을 양분 삼아 살아가는 사람,

화성에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사람,

혹은 스스로를 기계와 결합해 전혀 다른 존재가 된 사람들.


그 변화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인류의 다음 장을 직접 써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인간을 묻다

수백만 년 전, 작은 숲 속에서 두 발로 일어선 순간부터

우리는 멈추지 않고 걸어왔다.

때로는 서로를 해치며, 때로는 손을 맞잡으며.


헤닝 엥겔른의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는

이 긴 여정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펼쳐 보인다.

과거의 기원에서 시작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고,

미래의 가능성까지 내다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인간으로 살고 싶은가?”


인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미쳐 있으며, 여전히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별에서 흙으로 내려왔던 존재가,

다시 별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한다.

그 여정의 다음 장은

우리 각자가 선택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맺으며

이 책은 단순히 ‘인류의 진화사’를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의 조상들, 미래의 후손, 그리고 지금을 사는 우리까지—

모두가 하나의 줄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 왔다.

헤닝 엥겔른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깊이 사유하고, 조금 더 넓게 사랑하며,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인간의 모습을 물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쓰이고 있는 이야기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인류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다음 책들을 함께 읽어보길 권합니다. 각 권은 이 책에서 다룬 주제를 확장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줄 것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인간 문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환경과 기술, 사회 구조의 상호작용을 폭넓게 보여줍니다. 인류의 다양성과 생존 전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진화를 통찰하며, 지금의 인간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관점을 제공합니다. 우리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합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빅 히스토리》

우주 탄생에서 인간의 역사까지, 거시적 관점에서 세계와 생명을 연결해 보여줍니다. 인간의 작은 발걸음을 우주적 시간 속에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과학과 우주, 인간 존재의 연결을 아름답게 탐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별과 행성, 그리고 우리 자신을 동시에 성찰하게 하며,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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