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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코를 푼다면?

당신에게 닥칠 상황이 불 보듯 뻔해야 정상

by 콩코드


더러워 죽겠어요. 직원들 다 있는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코를 푸는 분이 아직 있어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1년 가까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고요. 미치겠어요. 코푸는 소리를 들으면 끈적한 건더기가 연상될 정도로 정말 더럽습니다~ 얼마나 더러운지 악취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이것마저 빙산의 일각이라니. 못 본 척해야 하나요? 다들 그러고 있는데 말이에요.



공중 생활에는 에티켓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티켓은 아주 기본적인 거고요. 그것마저 내팽개칠 정도로 무지막지해진 건가 싶네요. 그새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형편없어진 걸까요? 공중도덕쯤 간단히 무시해도 되는 사회인가요? 언제부터 이렇게 몰상식이 만연하게 되었나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여러 경로로 지적해도 고치지 않네요. 참다 참다 올립니다. 365일 거의 빠짐없이 저러려면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꿰찬 모양입니다. 어디 무서워서 말인들 붙이겠어요? 아침부터 구역질이 올라와 정말 미치겠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 <어떤 글>에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무심결에 나온 행동이니까 넌지시 주의를 주면 되겠습니까? 주변 사람 다수가, 1년 가까이 타인이 있든 말든 큰소리로 코를 푸는 행위를 한다면 정말 무심결에 한 행위니까 넌지시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와 달리 상례에 어긋나는 행위를 유독 몇 사람이 한다면 그 행위를 '무심결에' 하는 행위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1년 가까이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는 건 행위자에게 상대방은 안중에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은 상대를 존중하면 상대가 싫어할 행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과연 화제의 주인공이 저곳에서만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옛말에 '안에서 샌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고 했습니다. 깨진 바가지는 어느 곳에 가져다 놓아도 물이 새게 되어 있습니다. 좋지 않은 행동이나 습관은 안팎에서 행해지기 쉽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누군가가 공중도덕을 가볍게 무시해 왔다면 믿는 구석 몇 가지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회사원이라면 주변 사람 누구도 자신의 행위를 윗선에 까발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믿음에는 자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비뚤어진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실체와 상관없이 그렇게 위세를 부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어처구니없는 언행에 반기를 들기는커녕 슬슬 피한다면 그는 아마도 기고만장해서 제멋대로 행동해 왔을 겁니다. 아무 문제 없이 오랜 세월이 흘렀다면 나쁜 습관이 천성처럼 굳었을 겁니다.



무슨 짓을 해도 상대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데 우쭐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실제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남을 좌우할 만하다 싶으면 그 하찮은 권력을 부풀려 타인을 대상으로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능숙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대학 졸업이 무슨 대단한 감투인양 말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더니 초중졸로 단정하고 버릇없이 굴더군요. 사실이나 진위는 따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 그의 뇌 구조 속에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는데 그래요?,라고 물으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글과는 섞이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알 만했기 때문에 묻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제겐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보통은 그와 같이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인간들은 생각부터 다릅니다.



혹 그가 부장이라면 부서를 소왕국처럼 부리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판단이 아닐 겁니다. 부서원들이 자신의 행위에 얼마나 진절머리 치는지 알면서도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행위를 했을 공산이 큽니다. 아주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을 겁니다. 마치 제 발아래 모두 무릎을 꿇는 환상이라도 꾸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다중이 모인 곳에서 코를 푸는 건 올바른 행위가 아닙니다. 같거나 유사한 사정을 해결하라고 곳곳에 처리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이 대표적입니다. 무슨 국가적인 행사라도 치르는 듯 큰소리로 코를 푸는 행위에 욕지기가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어떤 행위가 더러운지, 더럽지 않은지 알려고 곁에 가서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린 천부적으로(!) 압니다. 타인의 행동을 반면교사 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가 타인이 큰소리로 커 푸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거라고 믿기 어렵습니다.



사정과 경험을 종합해 볼 때 그는 말해서 들을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권력에 찌든 장본인이라면 공론에 부들부들 떨 겁니다. 혹 고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무지막지한 인간은 더더욱 그리하리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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