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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에 맞서는 법

by 콩코드


#1

소나기에 맞서는 법

1. 흠뻑 맞기

2. 처마 밑으로 피하기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대부분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할 테지요. 우산이 없다는 전제에서요.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면 처마 밑으로 피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2

울적한 기분을 시원하게 날릴 생각이라면 소나기를 흠뻑 맞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위와 같이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면'과 같이 단 한 가지 전제로만 구성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3

위 두 가지 말고도 전제는 더 있습니다. 소나기가 지나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장마인 경우가 후자에 해당하겠지요. 우린 인지 착오로 판단을 흐릴 수 있습니다.



#4

전제는 이외에 또 있습니다. 소나기를 대하는 방법에 맞서는 방법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위의 장면 1에서 예로 든 2번은 엄밀히 말하면 소나기를 피하는 법입니다. 나아가 방법론에까지 이르면 소나기를 피하는 법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짓수가 있을 겁니다.




인생에서 막다른 골목이 정말 있을까요? 혹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는 확신만 있었던 건 아닐까요? 사방이 꽉 막힌 심정이 들 땐 지난날 내게 닥친 소나기를 내가 어떻게 피했는지, 혹은 맞섰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런 적 없어서 혼란하다면 물어서라도 길을 찾으면 못 찾을 것 없습니다. 주변엔 여러분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고민할 분들이 꽤 많습니다. 여러분을 도울 천사들이 선 것도 잊지 마세요.


당신이 맞닥뜨린 소나기가 정말 소나기가 맞다면 곧 끝날 겁니다. 혹 아니라도 소나기가 평생 당신 주위를 따라다니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뭐든 다 지나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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