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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연애 생활: ① 사랑할 때와 물을 때

애인의 돌발 질문에 걸피하면 걸려드는 당신을 위해

by 콩코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묻는다.



1. 내가 어디가 좋아?

2. 나중에 여기 또 오자.



당신은 이 말에 딱 들어맞는 답을 알고 있나 궁금하다. 다행이다. 남자가 자주 걸려드는 지독한 트랩 같은 질문이니까 이런 질문이 여자의 입에서 나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반드시 기억할 사항. 답이 늦어선 안 된다. 십중팔구 여자는 당신이 평소 자신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그깟'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느냐고 쏘아붙일 거다. 좀 전의 나긋나긋한 태도와 꿀 떨어지는 눈은 온 데 간 데 없이 말이다. 뒤를 이을 여자의 폭풍질문을 당신이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잘못했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이것저것 다.)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거네. (아니라니까.)

그럼 정확히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잘못했... 어.)

꼭 짚어서 말하라니까. (....)



상황을 모면하려던 당신, 미안하지만 제대로 걸렸다. 당신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마도 평생 제대로 답하지 못할 거다. 내가 어디가 좋아?,라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뜸 들인 게 그렇게 대단한 잘못은 아니지 않아? 그런데도 불같이 화를 내는 건 무슨 경우지? 대체 뭐가 문젠데? 복잡다단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 당신에게 여자의 급 태세전환, 급발진이 이해될 리 없다. 까닭을 알기란 더더욱. 발단은 여자의 뻔한 질문에 있다. 뻔한 질문에는 뻔한 답이 어울린다. 바꿔 말하면 뻔한 답을 바라고 뻔한 질문을 한다.



애인 사용법 1. 뻔한 질문에는 뻔(뻔)하게 답하라.



뻔한 질문이란 보통 질문 유형이 포괄적이다. 위 질문 1을 보면 내가 어디가 좋아?,라고 물었다. 이때 남성은 여자의 특정 부위를 빠르게 생각한다. 그 뒤에 자신만만하게 답한다. 눈이 예뻐. 질문의 함정은 문장의 "어디가"에 있다. 마치 신체의 어떤 부분 혹은 성격의 어떤 점을 묻는 것 같다. 오해다. 여자는 그런 뜻에서 물은 게 아니다. 특별히 고르고 골라 눈이 예뻐,라고 자신만만하게 답한 당신에게 여자의 싸늘한 시선이 똑바로 꽂힌다. 그럼 눈 말고는 다 못생겼다는 말이네. 흐흐흐 축하한다. 당신 오늘 제대로 걸렸다.



바로 가자. 1번 물음의 정답은 "그냥 다 좋아"다.



화근은 남자가 여자의 질문이 특정 신체 부위나 성격의 한 부분을 물은 거로 섣불리 오해했다는 점이다. 내가 어디가 좋아?,라는 질문은 나 다 예쁘지?,라고 물은 거와 같다. 그렇게 물었는데 눈만 예쁘다니 여자 편에서 꼭지가 돌지 않을 수 없다. 남들은 어디가 어떻느니 저떻느니 해도 내 애인만은 다를 줄 알았는데, 흑흑흑. 남자의 속마음을 확인하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을 여자를 생각해 보라. 백날 빌어도 싸다.



여자와 남자가 우글거리는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하나라도 더 연인 사용법을 챙겨야 한다. 위기는 온다. 아주 행복할 때 깃든다는 데 위기의 교묘한 특성이 있다. 미리 대비해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사랑만 하기에도 바쁜 세상에서 굳이 깊은 수렁에 빠질 이유가 없잖은가. 이 글은 질문과 답의 순환논리라는 지독한 트랩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비책, 마법과 같은 지혜다.



2번 질문 얘기도 마저하자. 나중에 여기 또 오자,는 말은 질문이 아니다. 맞다. 표면적으로 그렇다. 속은 다르다. 의문문이 아니어서 마음을 놓는다면 당신 '큰 일 낼 상'이다. 그 문장에는 넌 어때?,라는 물음이 숨어 있다. 1번 유형의 질문에서 진일보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대뜸 시간 나면 오자,라고 답했다면, 빙고. 집에 곱게 들어갈 생각 마라. 정답은 그래 또 오자, 다.



여자가 남자와 함께 이곳에 온 게 너무 좋아서 너도 그렇지?,라고 물었는데 남자가 한다는 말이 기껏 '시간 나면' 이라니? 제정신인가?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맨발로 달려와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여자에게 나만 좋았나 보네,라는 억울한 심정이 들게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비록 당신 대답의 방점이 '시간 나면'이 아니라 '그래 (네 말대로) 또 오자'에 있다고 백날 말한들 먹힐 턱이 없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연인 사이의 문답도 역시 그렇다. 뭐든 늦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즉흥적으로 답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인정한다. 연애 전선 이상무를 향해 가는 길에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맞다. 수긍하면 암초를 피하는 법에 관한 답을 훔쳐서라도 대비하는 성의는 갖자. 고통을 불러들여 괜한 감정소비로 여러 시간을 흘려보낼 이유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잖은가. 천지분간 못하는 것보다 그게 한참 낫다. 슬기로운 연인 사용법 1과 2 정리한다.



- 내가 어디가 좋아?

- 그냥 다 좋아.


- 나중에 여기 또 오자.

- 그래 또 오자.



다음엔 3. 사랑해, 4. 너와 결혼하고 싶어에 적절히 답할 방법을 찾는다. 미리 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튼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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