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인플레이션: 친밀함이 가벼워질 때 생기는 불안

by 콩코드


관계의 인플레이션: '쉬운 친밀함'의 등장

​현대 사회, 특히 디지털 플랫폼은 관계를 쉽게 만들고, 쉽게 소비하며, 쉽게 파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메시징 앱은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마치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처럼, '친밀함'이라는 관계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저비용 친밀성: 관계를 맺는 데 드는 시간적, 감정적 비용이 극도로 낮아졌습니다. 수백 명의 '친구' 목록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들 중 실제로 위로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관계는 희소합니다.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하락을 초래한 것입니다.

​얕은 커뮤니케이션: 이모티콘과 짧은 메시지 위주의 소통은 깊은 감정적 교류나 복잡한 맥락적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깊은 관계에서 요구되는 진솔한 갈등 해결이나 상호 이해 노력이 회피되고, 표면적인 공감과 지지만이 오가는 '편의점 관계'가 만연합니다.


가벼운 관계가 초래하는 '연결 불안'

​관계가 가벼워질수록 개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큰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쉽게 맺어진 관계는 쉽게 파기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협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가능성'의 공포: 누구나 언제든지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이 관계에서 중요한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불안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포장하고 노출하며 '인정'을 구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정체성의 흔들림: 깊은 관계는 상대방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관계가 가벼워지면, 내가 누구인지 확인시켜 줄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거울을 잃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개인은 심리적 고립감과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파편화된 자아': 관계의 인플레이션은 개인이 각기 다른 관계 속에서 파편화된 여러 개의 자아(Self)를 연기하도록 만듭니다. 직장 동료용 자아, SNS 친구용 자아, 취미 모임용 자아 등, 이 모든 자아를 통합하는 '진정한 나'는 점점 희미해집니다.


관계의 무게 회복을 위한 '비용 지불의 용기'

​관계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계에 '무게'를 부여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결국 관계에 시간, 감정, 에너지라는 비용을 지불할 용기를 의미합니다.

​선택적 집중: 수많은 얕은 관계를 유지하는 피로에서 벗어나, 소수의 깊은 관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이는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성찰하는 일입니다.

​'불편함'을 피하지 않는 노력: 진정한 관계는 갈등과 불편함을 겪고 난 후에 더욱 단단해집니다. 얕은 관계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끊어내거나 회피하는 대신, 솔직함과 취약함을 드러내며 관계를 통해 성숙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가벼워진 관계의 시대에 진정한 친밀함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관계를 맺지 않을 용기'와 '어려움을 감수하고 관계를 지속할 용기'를 동시에 가질 때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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