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 승인 없이 무단 퇴근할 정도로 기강 무너져.
1) 앞서 누군가가 여러 달을 유연근무로 신청하더니 2주 동안은 어쩐 일인지 신청 없이 무단 퇴근. 직후 다시 그가 유연근무 신청을 한다면 그를 지켜본 사람은 어떤 느낌이 들까? 1주일, 그 10일 이면 깜빡 잊었을 리 없는 시간. 과장이 돼서 허구한 날 1시간 먼저 사무실을 나서는 게 그로서도 찜찜하지 않았을까?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하고 상사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싶기도 했겠지.
2) 물론 직원 알기를 발가락 때만큼도 알지 않는 과장은 겉으로라도 직원을 대단히 위하는 둣 행세했다. 실상은 민원이 생기면 나 몰라라 하는 게 기본이고 혹 민원이 장시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직원 탓을 하는 게 딱 그의 수준임에도 겉으론 한없이 호방한 척했다. 문서 결재를 하고 한 참 뒤에 왜 내용을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직원에게 호통치는 일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과장에게는 그게 일상이었다. 결재는 똥구멍으로 했나 하는 말이 욕지기가 목구멍 뒤에서 어른거렸다. 후자가 급관심사였을(직원은 안중에 없이 국장에게 책잡히지 않을까 싶은 데나 관심을 쏟는) 그로선 그날에 그가ㅜ어떤 심경에 사로잡혔는지 세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적어도 선뜻 신청서를 올리지 못할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그를 익히 아는 사람이라면 못내 우스운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보스라도 되는 듯 가오라는 가오는 다 잡고 다닌 그가 아닌가. 국장 정도는 가볍게 넘기던 그이기도 했다. 국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동행한 팀장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장 보라는 듯 제 서류를 탁자에 던져 놓는 위인이었다. 요란한 소리에 국장은 움찔하면서도 과장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 과장은 한 번도 구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민망은 동석한 팀장들의 몫이었다. 하루도 아닌 1주일을, 거기에 1주일을 더 보태 총 2주 동안 국장에게 유연근무신청서를 올릴 수 없을 만큼 그 천하의 과장이 궁색해졌단 말인가? 일찍 퇴근은 하고 싶었던 과장은 아무도 모르게 규정에 어긋나는 짓에 착수했다. 상식 밖의 일이었지만 그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3) 상사에게 유연근무 신청서를 올린 것처럼 허위로 상황을 꾸민들 사무실 직원들이 어떻게 안 단 말인가? 설혹 안다고 해도 내게 맞설 직원들이 어디 있야 말이다. 과도한 자신감이 결국 자신의 심장을 찌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과장은 지껄였다. 아무리 남다르기로서니 몇 달째 직원들만 남겨두고 매일 1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부서장을 어떤 상사가 잘 했다고 토닥일 수 있을까? 수요일이면 과장의 전철을 따라 팀장들도 모두 퇴근하는 마당이니 사무실 행색이 가관이었다. 어떻게 하나같이 자신들 생각만 하고 사무실과 직원 생각은 안 하는지..... 이 모두가 가장 기본적인 처신조차 망각한 과장 덕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었다. 그러고도 과장 입네 행세하는 꼴이라니 백번 역지사지해도 역겹다. 이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 머릿속에서 시민행복, 시민안전은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빛 좋은 개살구다. 말만 그럴듯하지 속 빈 강정의 영혼 없는 공무원이 양산되는 데는 그런 부서장들의 처신이 몫했다. 쭉정이를 솎아내지 못하는 책임자 또한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려면 당장 나서서 엄단해야 할 것이다. 책임자에게는 직접적인 잘못이 없는데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건 억울하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과장이 주도한 본 사건은 양태 자체가 매우 치졸하다. 유연근무 승인을 받은 것처럼 꾸몄다. 그리곤 누구보다 앞서 사무실을 나섰다. 아주 태연히. 죄질로 치면 예가 없다. 여기서 더 덧붙일 말이 뭐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