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 시민의 제1덕목이라 믿는다. 갈등을 피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합의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당신의 존중은 사실 타인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의 세련된 표현일 뿐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존중한다고 말하며 논쟁을 멈추는 순간, 당신은 상대를 '변화 가능성이 없는 벽'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상대를 아낀다면 그의 오류와 부딪히고 갈등하며 진실을 찾아야 함에도, 당신은 그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존중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발행한다.
결국 당신의 존중은 상대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상대의 무지를 방치하는 가장 정중한 절교 선언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는 서로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차갑게 식어버린 무덤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