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객관성의 폭력

by 안녕 콩코드

​우리는 숫자가 말하는 진실, 즉 '객관성'을 공정함의 최후 보루라 믿는다. 주관적인 편견을 걷어내고 데이터와 통계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며 정의로운 태도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객관성은 인간이 자신의 비겁함을 숨기기 위해 발명한 가장 차가운 방패다.


​수치 뒤로 숨는 순간, 당신은 판단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해방된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한다"는 문장은 고통받는 개인의 특수성을 '오차 범위'로 치부하며 짓밟을 수 있는 면죄부를 부여한다. 당신은 객관성이라는 이름의 기계적 공정함을 휘두르며, 사실은 복잡한 인간의 삶을 시스템이 관리하기 편한 규격화된 데이터로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진실은 맥락을 잃고 박제가 된다. 그것은 공정함이 아니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장 효율적인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