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숫자가 말하는 진실, 즉 '객관성'을 공정함의 최후 보루라 믿는다. 주관적인 편견을 걷어내고 데이터와 통계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며 정의로운 태도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객관성은 인간이 자신의 비겁함을 숨기기 위해 발명한 가장 차가운 방패다.
수치 뒤로 숨는 순간, 당신은 판단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해방된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한다"는 문장은 고통받는 개인의 특수성을 '오차 범위'로 치부하며 짓밟을 수 있는 면죄부를 부여한다. 당신은 객관성이라는 이름의 기계적 공정함을 휘두르며, 사실은 복잡한 인간의 삶을 시스템이 관리하기 편한 규격화된 데이터로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진실은 맥락을 잃고 박제가 된다. 그것은 공정함이 아니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장 효율적인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