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고기동 산자락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 블랙도트입니다. 스페셜 커피를 내는 이 카페는 시그니처인 스모크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원물의 향과 맛을 잘 살린 각종 음료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장작불로 옷을 입힌 브런치까지 나무랄 데 없습니다.
커피는 코끝에 스미는 스모크향이 목 넘김 후에도 연신 목울대를 울려대며 풍미를 자극하는데서 주인장이 로스팅에 진심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선을 넘지 않는 바디감이 커피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맛과 향을 모두 즐기기에 제격인 스페셜티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은 뒤에도 커피 본연의 풍미와 맛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훌륭했습니다. 스페셜티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기준 이상을 보여준 것에서 개인적으로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주인장의 백만 불짜리 미소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건물은 단층입니다. 7,8미터 길이의 통창 6개가 가로로 길게 늘어서 시각적으로 시원한 인상을 주고 실내 또한 층고를 높게해 개운한 느낌을 한껏 강조한 점이 특징적입니다. 비정형적으로 구획한 실내 곳곳에다양한 형식의 테이블과 의자를 자유분방하게 배치한 것도 개방감을 극대화하려는 주인장의 의도와 합치하겠지요. 편안한 실내에서 엄격히 관리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사실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품질과 시설에 자부심을 가진 주인장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블랙돗트 주인장의 야심 찬 스페셜티가 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카페와 비교할 때 방문 손님이 적고 전망 또한 많이 아쉬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낯선 이름의 수제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맛
털레기 수제비를 판다는 말에 지인이 먼저 반색합니다. 몇 달 전 아는 사람이 털레기 수제비 맛에 빠져 산다는 밀을 했답니다. 플래카드에 걸린 선명한 글자, '털레기 수제비 판매' 문구에 지인이 식욕이 동했던 모양입니다. 단번에 저녁에 먹자고 나섰습니다. 점심을 늦게 먹은 터라 조금 늦게 저녁을 먹기로 하고 당초 계획했던 막국수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식당 외관이 많이 낡아 위생상태가 적이 걱정된 김에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매장 면적이 큰 데 놀랐고 세상 깔끔한 실내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냉큼 저녁에 오마하고 잔뜩 즐거운 기분으로 식당을 나섰습니다.
문제의 털레기 수제비는 된장을 적당히 푼 물에 마른 새우와 애호박 등속의 채소를 넣어 국물맛을 냈습니다. 걸쭉한 국물로 감칠맛을 한껏 끌어올린 수제비는 쫄깃한 식감이 돋보였고 곁들인 열무김치, 깍두기, 해초와 잘 어울렸습니다. 털레기는 황해도 전통 음식으로 재료 이것저것을 탈탈 털어 넣은 수제비입니다. 복잡다단한 유원지에 아낌없이 재료를 넣고 정성 들여 끓인 한 끼 식사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식당 내부와 제공되는 음식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면 다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 점에서 전 이곳 <주막 보리밥>을 높이 평가합니다.
5만 원이 훌쩍 넘는 닭백숙이나 오리백숙처럼 주머니 사정을 위협하는 음식들이 주를 이룬 식당들 틈에서 1인 기준 11,000원으로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고객을 위한 주차장을 넓게 갖추고 직원 편의시설까지 구비한 데서 주인장의 철학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 당 술은 1병만 판다고 써붙인 전단지에서도 방문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으로 오래 남고자 하는 식당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 흐뭇했습니다.
맛깔스러운 들기름 막국수는 또 어떤가요?
이곳 외에도 믿고 가는 맛집이 한 곳 더 있습니다. '고기리 막국수'입니다. 주인 부부 모두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금방 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인 부부가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 점이 이 집의 숨은 특징인데요. 간단해 보이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기란 사실 힘듭니다. 고객이게 좋은 음식과 친절을 함께 판다는 나름의 장사 철학이 짙게 배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들기름 막국수입니다. 들기름과 약간의 간을 고명으로 올린 메밀의 찰기와 향이 참 좋습니다. 그 상태로 어느 정도 먹었다면 이번에 남은 메밀 위에 육수를 부어 또 다른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메밀 특유의 풍미가 한껏 올라 심심할 툼이 없습니다.
유원지는 특성상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잘 구비해 놓고 있죠. 정작 마음껏 또는 기분 좋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위와 같이 믿고 찾는 몇 군 데 음식점이나 카페를 알면 예상 밖의 낭패를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