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掌篇)소설]공유 폴더2:초대받지 않은 0번 사원

by 콩코드

알람 소리의 저주


​오후 11시 45분. 수아의 자리를 대신해 들어온 신입 사원 '지훈'은 침대 위에서 휴대폰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카카오톡 알람이었다.


​[기획 2팀 단톡방 (7)]


​박 상무를 제외한 팀원들만 모인 비밀 단톡방이었다. 지훈은 잠결에 대화창을 열었다가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대화의 주제는 낮에 실수로 서류를 떨어뜨린 자신에 대한 조롱이었다.

​정 선배 : 지훈 씨 아까 표정 봤어? 완전 덜 떨어진 애 같더라.

​이 과장 : 신입이 아니라 짐덩이지. 수아 대리 때는 그래도 일은 잘했는데.

​최 대리 : ㅋㅋㅋ 내일은 또 무슨 사고 칠지 벌써 기대됨.

​지훈의 손이 떨렸다. 자신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웃어주던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는 날 선 칼날이 되어 자신의 인격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지훈은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인 ‘1’을 없애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대화창 하단, 인원수 표시가 (7)에서 (0)으로 바뀌었다.


​0번 사원의 등장 (The Zero)


​단톡방에 있던 모든 팀원의 이름이 사라지고, 오직 숫자 '0'만이 남았다. 지훈은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하며 방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채팅창에 생전 처음 보는 프로필 하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0 : 이 방의 유효기간은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그러자 사라졌던 팀원들의 프로필이 다시 나타나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 선배 : 뭐야? 누구야 당신? 방장 누구야?

​이 과장 : 내 이름 왜 이래? 왜 안 나가져?

​0번 사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것은 단톡방에 있던 팀원들이 과거에 서로를 험담했던 대화의 캡처본들이었다. 정 선배가 이 과장을 욕하는 내용, 이 과장이 최 대리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내용... 거미줄처럼 얽힌 증오의 기록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실시간 해고 (Live Fire)


​0 : 서로를 죽이는 데 열중하느라, 정작 누가 지켜보는지 잊으셨군요.

​지훈은 모니터를 보듯 휴대폰을 응시했다. 갑자기 사무실 보안 팀으로부터 공지 메일이 도착했다는 팝업이 떴다.


​[기획 2팀 전원, 사내 보안 규정 위반으로 인한 직위해제 통보]


​단톡방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회사 전체 게시판과 대표이사에게 전송되고 있었다. 0번 사원이 공개한 것은 단순한 뒷담화가 아니었다. 그들이 단톡방에서 주고받았던 리베이트 장부, 기밀 유출 정황, 그리고 전임자였던 수아 대리를 조직적으로 몰아냈던 가스라이팅의 증거물들이었다.

​정 선배 : 아니야! 이거 조작이야! 지훈 씨, 당신이지? 당신이 한 짓이지?

​지훈은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지훈은 그저 화면 속에서 팀원들이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처절하게 물어뜯는 광경을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로그아웃의 대가


​정확히 10분 뒤, 단톡방은 폭파되었다. 지훈의 휴대폰은 고요해졌다. 다음 날 아침, 지훈이 출근했을 때 사무실은 유령 도시 같았다. 박 상무를 포함한 기획 2팀 전원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지훈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포스트잇 한 장을 발견했다.


​[다음 '0'은 당신 차례입니다. - 수아 올림]


​지훈은 전율하며 자신의 컴퓨터를 켰다. 공유 폴더 구석, 어제까지 '읽기 전용'이었던 수아의 데이터 파일이 '편집 가능'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지훈은 깨달았다. 수아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녀는 이 회사의 시스템 자체가 되어, 자신을 파괴한 자들을 하나씩 '삭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 '0'의 역할을 수행할 새로운 손을 선택한 것이다. 지훈은 홀린 듯 마우스를 잡고 새로운 단톡방을 개설했다.


​[기획 2팀 신규 단톡방 (1) - 방장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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