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vs 문장] 좋은 문장은 의문의 여지 없이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문장

by 콩코드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르원틴은 "진화는 좋은 것만 골라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이 귀하고 좋은 물건을 팔 때 그저 그런 물건을 끼워 파는 것처럼, 진화는 종종 패기지로 일어난다.​


전부 좋거나 그 반대의 변화만 있는 경우란 거의 없다. 변화는 종종 뒤섞이고 자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지만 뜻 그대로 천편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어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살 떨리는 고통의 순간을 훌쩍 넘어서게 하기도 하잖은가. 문장의 그랑프리는 "진화는 종종 패키지로 일어난다"에 돌려야 할 듯하다. 브라이언 그린의 《앤드 오브 타임》에 실린(p248) 글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웅적 기질을 함양하는 것과 풍차를 향해 내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는《돈키호테》를 읽고 꿈과 이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열정에 감동했을 뿐, 양 떼를 적으로 착각하고 덤벼들거나 면도용 대야를 황금 투구로 착각하는 그의 기행을 따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난 400여 년 동안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


위 글 역시 앞서 언급한 책 p251에 실렸다. 주된 문장은 앞 부분에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웅적 기질을 함양하는 것과 풍차를 향해 내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현실과 이야기가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부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는 현실과 이상을 자주 혼동하는 습성과 관련이 있다.




본능과 기억의 중요성을 되짚는 이런 글은 또 어떤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예측가능하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은 의외로 깊고 넓다.





경험의 핵심 키워드는 '패턴'이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세상사를 느끼고, 적절하게 반응해 왔기 때문이다. 내일은 오늘과 분명히 다르겠지만 끊임없이 오고가는 무수한 일상 중에는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도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내일도 태양은 어김없이 뜨고, 돌멩이는 여전히 아래로 떨어지고, 물은 오늘과 똑같이 흐를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은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본능과 기억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같은 책 p23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