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강릉에 비해 양양의 관광 자원이 세간에 늦게 알려지거나 서서히 개발된 만큼 속초와 강릉의 장점을 흡수할 여지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후발주자가 유리한 점이 그겁니다. 두 지역의 단점을 보완해 전례없는 장점으로 승화시킬 실마리도 양양에겐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양양에겐 뚜렷하게 내세울 관광지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관광객이 오지를 탐험하듯 명소를 찾아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은 처녀지 혹은 오지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거기서 그치면 당연히 안 되겠지요. 독특한 아이디어와 정교한 기획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야 관광객의 유입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요란한 호객행위로는 겨우 현상만 유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류에 편승하듯 이곳저것에서 성공한 것들을 단순 이식하면 당장은 무언가 되는 듯해도 결국엔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게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양의 특색을 살릴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존 관광지를 새롭게 변주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아류작 위주의 소문만 무성한 잔치로는 사람을 그러모을 수 없습니다.
당분간은 관광객 입장에선 양양을 기점으로 배후지를 활용하는 관광 전략을 짜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차츰 시야가 열리면 의외인 곳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명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숨은 명승지가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양양, 지역 특유의 먹거리 문화에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은 앙양의 이미지는 생동하는 양양의 미래 모습을 그리기에 적당한 설렘을 일으킵니다.
다음에 열거한 방문지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 짐작케 하는 특별한 여정의 각 길목이 될 겁니다.
남애항, 강원도 3대 미항의 하나. 화보 득템 찬스 /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파도가 연신 부서지는 방파제와 크고 작은 소나무섬들이 운치를 더하는 곳. 사진작가들이 즐겨 출사길에 오를 정도라면 경치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합니다.
그만큼 사진발 세우기 좋다는 말이겠지요.^^ 누가 보든 말든 거기서 과감하게 포즈 한 번 취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혹 화보 몇 장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항구의 장점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싱싱한 횟감을 적당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거죠. 갓 잡은 회를 즐기며 두 눈에 절경을 가득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최적지라는 인상부터 팍 드네요. 남애항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은 오징어, 가자미, 광어 등이라는 군요.
낙산사와 하조대를 거쳐 남애항을 주유하는 코스라면 나무랄 데 없는 동선일 듯합니다.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덜 붐벼 여남은 명이 호젓하게 즐기기에 적당하다고 하네요.
현지인이 귀뜸으로 남애항이 ‘고래사냥’ 촬영지였다는데 그것 말고도 일출이 그렇게 보기 좋다니 꼭 한 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일출명소로 추암해변과 쌍벽을 이룬다고 합니다. 전 일출을 보고 하조대와 낙산사로 코스를 잡아볼 작정입니다.
* 강원도 3대 미항은 양양 남애항, 강릉 심곡항, 삼척 초곡항.
죽도해수욕장, 서피비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 /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세찬 파도에 서퍼들이 껌뻑 죽는(?) 곳, 서퍼들의 성지. 해변 바로 앞에 예쁜 모양의 서핑샵과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즐비합니다. 일반 상점과 음식점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특징적인 모습입니다.
그렇더라도 음식값이 특별히 비쌀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요. 아무튼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음식값에 주변 편의점을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세심한 충고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괘씸하지만 이것 때문에라도 들르긴 해야겠네요.
바로 밤바다. 아마도 여느 곳과 차별화된 풍경을 자랑할 듯합니다. 단, 이곳에도 핸디캡이 있으니 새겨뒀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도 해수욕은 어렵다는군요. 해변이 좁고 해변과 면한 바다 역시 넓지 않은데 서퍼들이 가득하고 해수면 사이로 우뚝 솟은 바위들이 적지 않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물치항, 항구의 서정 / 양양군 강현면 동해대로 3584
양양 북쪽의 항구. 전형적인 항구 마을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바다를 마주한 활어센터에서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이번 기회에 하루에 한 번 꼴로 회를 먹을 작정이라 전날 먹었다고 간단히 패스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습니다. 전날에 미리 횟집을 잡았다는 건 '안 비밀'로 하겠습니다.
고민은 이런 것이겠네요. 매년 초겨울, 그러니까 요 시기에 도루묵 축제가 열린다는 것. 회를 먹느냐 도루묵 요리를 먹느냐의 갈림길에서 ........... 전 둘 다 맛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느 쪽이 간식 대상이 되고 저녁 대상이 될지는 가서 봐야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확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도루묵 축제는 12월에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도루묵이 씨가 마르지는 않았을 터라 우리 몫의 도루묵 정도는 얻어 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