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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끝에서

누군가에겐 아주 끔찍한, 누구에겐 별의 순간이

by 콩코드


# 어떤 쇼맨십

단체로 무릎 꿇고 사과한 게 불과 한 두 해 전.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언론의 입길에 단골로 오르면서 또 사과. 변하겠다고 플래카드 걸고, 읍소한 것도 불과 수개월 전.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속여 팔고, 호객은 약과, 강매로 손님들 치를 떨게 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습니다.



# 승부

두 남자가 싸움을 시작하였다. 하나가 수백 회를 거듭하여 급히 치자, 다른 하나는 능란한 솜씨로 방어하였다. 여인은 잔디발에 않아 머리 매무새를 고치며 싸움을 구경하였다. 이집트 남자가 더 건장한 반면, 쟈디그는 솜씨가 더 능란하였다. 쟈디그는 싸우되 그의 머리가 팔을 통제한 반면, 상대방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눈먼 노기가 그의 동작을 제멋대로 이끌었다.


볼떼르의 《쟈디그 또는 운명》의 일부입니다.




# 이성이 잠들면

온갖 몹쓸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신 못 차리겠더이다. 가방끈 긴 애들이 천하에 꼴불견처럼 누구 똥구녁에 줄 서더이다. 하도 기가 차서 처음엔 설마, 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대대손손 가업으로 빛나던 간판을 스스럼없이 내리는 모양을 보고 정말 얘네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배우면 뭐 하겠습니까. 볼썽사납게 초등학생만도 못한 짓거리를 하질 않나, 평소 신념이나 가치관을, 하다 못해 겁나게 붙들고 살던 (개똥) 철학마저 패대기치는 걸 보면 이게 이들에게 숨겨진 본성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괴물이 깨어난다

여러 무리로 갈려 서로 살 뜯어먹는 아귀다툼 끝에 더러는 별의 순간을 맞은 듯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그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그것이 똥구덩이 속인 줄은 정녕 모르는 듯했습니다. 거기서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구상하고 거기서 천년만년 위세 떨 차비를 차렸습니다. 자신들 입맛대로 고친 법과 제도를 발판으로 주변을 어떤 방식으로 난도질할지 궁리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파란입니다. 그들이 속한 곳은 이미 '멋진 신세계'입니다. 그들 리바이어던들이 이쪽을 불가역적으로 넘보려 하고 있습니다.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명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까닭입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오른쪽 그림은 고야의 작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 지난밤

식지 않은 더위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을, 기어코 새벽녘에 문턱을 내주더군요. 어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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