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로망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주차장, 카페, 쥐라의 숲 속에서 수년간의 시간을 허비하며 어마어마한 거짓으로 삶 전체를 포장하여 정직성이라는 면에서의 존엄성을 내동댕이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자아 존중이라는 면으로서의 존엄성도 내던진 것일까? 우리는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로망의 입장이 되어볼 수가 없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경멸해 마지않는 인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거짓말과 그로 인해 잃어버린 삶의 시간으로 인해 자아 존중감도 상실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 민족은 특히 3이라는 숫자를 몹시 좋아했다. 이름도 세 글자, 씨름도 삼세판이 익숙하다. 그 외에도 숫자 3이 쓰인 단어도 좀 많나. 삼국지, 삼지창, 삼각대, 삼총사, 삼인방, 하다못해 아기 돼지 삼 형제 등등등. 여기에 세 글자 단어까지 더하면 숨차다. 얼마 전 파리 올림픽의 금은동, 미의 상징 진선미, 그리고 천지인. 극명한 예는 어김없이 속담에 등장한다. 숫자 3의 마력을 보여주는 세 살 버릇, 서당개 삼 년,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최진사댁 셋째 딸. 사자성어에도 있다. 삼인성호.
위 큰따옴표 안 문장을 부리나케 옮기고 나서 미처 출처를 적지 못했다. 며칠 지나고 나니 도통 희뿌연 안갯속이다. 이 책인가? 저 책이었나?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개 팔자 삼팔자, 아니 상팔자. 그러게 놀던 물에서나 놀지. 빠른 시일 내에 출처를 찾아 돌아오겠다. 11월 중순 되시겠다. 한창 낙엽 떨어질 때다.
옮긴 김에 몇 자 더 적는다. 걱정 마시라. 이번엔 출처부터 챙겼다. 제목이 좀 길다. 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최원석이 썼다. 81p에 나오는 글이다. 내 눈엔 오늘 일이 삼팔따라지들의 데자뷔로도 읽힌다. 순발력 대단하다. 마지막까지 숫자 3을 잊지 않았다. 삼팔.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 통용되는 사회는 불온하고, 헛것에 매달리는 만큼 공허하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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