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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노마드로 전환할 때면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무진기행》의 몽환적 현실과 탈일상적 공간

by 콩코드


연고도 없는 전주에 갈 일이라곤 무슨 약속 비슷한 것이 있지 않고는 없었다. 그날도 그 비슷한 이유로 아침 버스를 타기로 했다. ○○ 터미널로 나갔다. 대합실은 옹색했다. 수익성 저하 등 이런저런 사유로 터미널 자체를 폐쇄한 지도 꽤 되었다. 단 어찌어찌해서 시민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노정 합의에 따라 임시로 승하차장을 마련해 놓았다. 버스는 도로변에 승객을 내려주고 실었다. 어느 정도 유예기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 같았던 임시 승하차장은 그날도 운영했다. 승객을 실어 나를 버스가 오갔고 그때마다 대합실은 어디로 가는 승객 여러분은 몇 번째 차를 타라는 방송을 하느라 분주했다. 미리 매표한 승객들은 대합실에 있거나 주변을 서성였다. 나는 7,8평 남짓한 대합실이 있는 건물 1층 꽈배기 가게 맞은편 공용의자에 앉았다.




뚜렷한 이유가 아니라도 여행이 주는 특별한 묘미가 있었다. 뻔한 사람을 만나고 뻔한 일정에 부대낄 줄 알면서도 대합실 또는 인근 공용의자에 앉으면 어김없이 빠져드는 특별한 감상이 좋았다. 전주까지는 기껏해야 버스로 세 시간이었다. 상쾌한 아침. 별다른 것 없는 아침이라도 여행 혹은 그 비슷한 일정으로 떠나는 날엔 유독 그날 아침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버스가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거리를 돌아갈 때 나는 전주 197km라는 앱 안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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