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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응급실 의사의 자전거 세계 여행 분투기

자전거로 지구 두 바퀴, 스티븐 페이브스의 《발견의 여행》

by 콩코드


"돌이켜보면 애초에 집을 떠난 것도 일종의 본능이 아니었나 싶다. 그 본능은 어디서 왔을까? 낯선 곳을 돌아다니고, 가로지르고, 우회하고,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 너머 '그곳'에 뭐가 있는지 직접 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벽은 어디서 왔을까? 내게 그것은 또 다른 여행 중에 시작되었다. 동생 로넌과 함께 파타고니아의 드넓은 평원을 자전거로 휘젓고 다닐 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p9)."



여행은 병이다. 한 번 붙으면 꺼질 줄 모르는 불꽃처럼 떠나자는 말이 일단 목구멍 안쪽에서 스멀거리면 결국 사족을 못쓰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안 가면 병날 것 같은 심란한 상태, 종내 증상을 알 수 없는 불치의 기운이 몸 구석구석에 퍼진다.



'오소르노, 테무코, 쿠리코.. 반쯤 꿈결처럼 들리는 지명들 사이로 '칠레' 이름이 눈에 띈 순간, 더 알아보지 않고는 견딜 도리가 없었다(p10).'



급기야 몸살이 난 듯 열이 오르고 심장이 벌떡이다 못해 만사가 귀찮아질 때쯤 내뱉고 마는 말이 있다. 가자. 뭐 어때? 계획은 다음이다. 여행이란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하는 무엇이 아니던가. 차릴 건 결정하고 나서 차리면 된다.



작가와 동병상련의 심정이었다고 해도 좋고, 그와 비슷한 성벽에 오래전 물들었다고 해도 좋다. 먼 여행의 길목에서 이 책을 손에 집었다. 일단 떠나면 마냥 신나고 마냥 행복하다. 여행은, 그런 '내 안의 아이'를 만나는, 발견에 비견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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