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순을 조금 넘긴 날에 와과연 과장은 위로부터 기강이 무너지면 내부 기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릴 거라고 한 적이 있다. 선임 과장 이눈치가 앞에 읹았다. 와 과장과 이 과장이 오랜만에 머리를 맞대고 한 자리에 앉았다. 새로 부임한 부장 A가 공개리에 사리에 대단히 어긋난 말을 한 뒤였다. 과장 회의에서였다.
- 보아하니 여기선 5시에 퇴근하면 되겠네.
- .....
- 왜? 안 돼?
- .....
- 과장들도 일찍 들어가라고.
- .....
전임 음흉한 부장 시절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음 부장이 일찍 들어간 날 7명의 과장들 역시 일찍 사무실을 나갔다. 퇴근 한 시간 전 또는 30분 전이었다. 1시간 30분 먼저 퇴근하는 과장들도 있었다. 음 부장과 과장들이 전부 퇴근한 시각, 직원들만 사무실에 남았다.
- 부장님, 특정한 날에는 물론이고 그 외 날에도 과장들이 전부 일찍 퇴근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 .....
- 계속 그러면 기강이 서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시까?
- .....
- 직원들도 특정한 날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도 과장 때문에 일찍 못 들어갑니다. 그날이 무슨 과장들만 위한 날도 아니고.
- .....
- 특히 그 시각에 과장 공백을 어떻게 메꾸겠습니까? 혹 긴급한 사안이 터지거나 소동이 나기라도 하면 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 .....
- 적어도 부장이 먼저 들어가면 나머지 과장 중 일부라도 사무실을 지키는 게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 알았어요.
음 부장이 짭게 대답했다. 며칠이 지난 뒤 음 부장은 과장 회의를 소집해 과장들이 일찍 퇴근하려면 교대로 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과장들이 빠짐없이 일찍 퇴근하는 것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다. 과연 두 달여만에 옛 시절로 돌아갔다. 와 과장이 직감한 대로였다. 처음엔 과장들이 음 부장의 눈치를 보았지만 나중엔 보란 듯이 사무실을 나섰다. 그 뒤로 음 부장은 과장들 행태를 보고도 눈을 감았다. 음 부장은 근무 시간에 잠자는 과장은 물론 농담이나 하며 일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과장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 수가 급격히 줄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어느 땐 4분의 1도 남지 읺았다.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집단 러시의 결과였다. 사실을 알고도(몰랐다면 무책임한 것.) 음 부장은 찍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몇달 뒤 음 부장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왔던 곳으로 돌아갔으니 누가봐도 좌천이었다. 음 부장은 결과에 어리둥절해 했다.)고 후임으로 무대포가 부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결과는 '구관이 명관'이었다. 꼴에 형편 없는 구관이 신관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명관이 되는 아이러니라니 와 과장은 픽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신임 무대포 부장은 오자마자 부서를 제 마음대로 좌우하려 했다. 누가 봐도 전에 있던 곳에서 그렇게 한 티가 톡톡 났다. 그곳에서 어떤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니 기고만장해졌을 테고 무 부장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간이 배밖으로 나온 뒤로는 누구 말도 안 들었을 터다. 무 부장은 아둔하기가 끝이 없었다. 무 부장은 대놓고 말했다.
- 난 찍힌 사람은 두 번 다신 안 봐.
- 아주 싫더라고.
눈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가관이었다. 이어지는 행동은 그야말로 상식 이하였다. 한마디로 어디서 배워 먹었는지 멋대로 굴었다. 그에게서 직장에 대한 애정이나 부서 운영에 관한 철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업무는 알아서들 할테고. 여기선 난 매일 1시간 일찍 나가야겠네.
- (내가) 일찍 나오니까 (그 시각에) 차 한잔씩들 하자고.
- 난 과장들이 근무 시간에 슬쩍 나가도 신경 안 써. 알아서들 해. 걸리면 경을 칠텐데 내가 왜 신경을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