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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정이 왜 없겠어요?

당뇨, 귀환, 강의, 선택

by 콩코드



당뇨

○○이 아프다. 그의 나이 28세다. 당뇨병 판정을 받은 지 2주가 지났다. 2주 전 건강검진에서 발견되었다. 관계 수치가 너무 높아 일단 약을 받아왔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병원에 갔다. 당뇨병 판정이 나고 이틀 뒤였다. 결과가 오늘(25일) 오전 9시 30분에 나온다. 검사 후 거의 2주 만이다.



당뇨병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단계는 지났다. 당뇨병의 상, 중, 하 중 어디에 속하는지 결론이 나면 그에 따라 약 처방과 운동, 식이요법이 결정될 것이다. 가슴이 미어지지만 일단 거기에 맞춰 대처하기로 했다. 잘 이겨내 보자는 말뿐 더 해 줄 말이 없다.



일찍 발견했더라면, 징후가 있었던 그날, 아니 그 후라도 병원에 데려갔으면...... 평생 인슐린 주사에 의존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젊으니까 병에서 빨리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절망 한가운데서도 꽃망울은 피어난다.



귀환

○○이 돌아왔다. 지방으로 내려간 지 10개월 만이다. 10개월 동안 그는 주중에 교육을 받았고, 주말을 이용해 전국 산천을 돌았다. 달콤한 휴가였다. 그나 나에게.



변화의 징후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그 시점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가 되면 정신 차리기란 어려워서 그저 숨 고르기에 머무르기 쉽다. 이미 시작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기란 사실상 힘에 부칠 게다. 모종의 시간이다. 격변 없이 강에 당도하길.



강의

15년 전쯤이었을까? 인생 2 모작에 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순도 높은 소책자로 폭풍과도 같은 인기몰이를 한 모 출판사의 책이 밑거름이었다. 인생 1 모작 때는 호구지책으로 원하지 않는 직업을 얻었다면 인생 후반가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말에 적잖이 공감이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이 책을 소개하고 다녔더니 의뢰가 들어왔다.



30분 강의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창 미래설계에 관한 프로그램과 기사가 쏟아지던 때였다. 참석자들의 의구심을 간추리면 이런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된다는 보장이 있나? 기껏 준비했는데 나중에 쓸모없는 것이 되면? 그 후 5년이 흘렀다.



나를 비롯해 여남은 명은 불투명한 미래에 불구하고 그 직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유명인이 아니면 얼씬도 하지 못할 시장이 대중에게 열리기 시작했다. 서광이 비치고 다시 5년. 1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수익 모델이 등장했다. 먹방, 정치평론, 여행기 등등. 해당 주제로 인지도를 높인 유튜버들이 방송에 등장하며 시장을 키웠다.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바꾼 과거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이들은 유명인이 아니면 얼씬도 하지 못할 광고 시장과 후원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인생 2 모작에 관한 강의를 처음 한 1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뒤를 이어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사람들이 답지했고 내처 시장성을 내다본 기업들이 반응했다. 한 번 열린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어떤 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그곳이 막다른 골목인지 전인미답의 신세계인지 알 수 없다. 해보지 않고 가능성을 타전하란 쉽지 않다. 시계 불투명의 상황에서 눈앞의 현실만 봐서는 미래 가능성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러니 시쳇말로 그 모양 그 꼴로 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일단 해보자. 취미활동이란 게 돈을 과하게 쏟아부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즐기는 일이라면 혹 거기서 페이가 나오지 않더라도 하던 대로 즐기면 된다. 즐기는 일의 특권이 그런 것이다.



선택

어떤 사건에서 넷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1. 무죄. 2. 집행유예의 징역형. 3. 집행 유예 없는 징역형과 구속. 4.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과 불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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