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 시절부터 탈 많고 말 많았던 곳이라 국장 이상이 아니면 퇴임식 없이 조용히 직장을 떠나는 게 관례가 되었다. 국장이 대단한 특권을 쥔 사람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지만, 사실이 그랬다. 자중하는 분위기가 내부에 흘렀기 때문이라고 나름 그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워 살기 빠듯한 판에 퇴임식을 빌려 개인 잔치를 연다는 게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공치사와 금품이 난무하는 식장
퇴임식에는 의례 수고했다는 명목으로 금품이 건네진다. 주로 현 사무실과 전 부서의 직원들이 금품을 마련한다. 부서에서 조성한 금품의 출처가 우선 문제가 된다. 다음으로 타 부서의 직원 또는 현 부서의 직원이 건넨 금품의 액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안 가기도 뭣한 직원들이 빈손으로 퇴임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까 가져가는 것이 금품이다. 직원들 쥐어짜서 한몫 단단히 보려는 취지가 아니라면, 사실 이 부분에서 퇴임식을 하려던 생각을 접기 마련이다. 공치사로 변질된 퇴임식의 낯 뜨거운 장면을 연상하고 접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모 기관의 장이 그런저런 불편을 감안해 퇴임식을 열지 않겠다는 용단을 보인 적이 있었다. 주위에 대단히 큰 호응을 끌었다. 이런 분위기에 불구하고 권력의 똥구녁이나 좇아 다니고, 전횡이란 전횡은 종합선물세트로 장착한 모 과장이 ‘명예’ 퇴임식을 연다니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이런 것도 과장이 되나 싶은 인사가 마지막까지 남의 등골 빼먹는 짓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말로를 예견하면 천형이다. 뭐, 일관성은 있다.
용의주도한 기획: 퇴임을 앞둔 과장에게 세금으로 식사와 주류를 제공하려는 것
시켰는지, 자발적 의사인지는 모르겠다. 용의주도하게도 퇴임식 며칠 전에 느닷없이 부서 차원의 세미나를 연단다. 세미나 후 뒤풀이가 예정되어 있다. 누구를 위한 뒤풀이 인지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세미나는 미끼일 뿐이다. 과장을 위한 잔치에 직원들이 동원되는 건 물론이고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교묘히 쓰려는 것이다. 죄질이 나쁘다. 과장 밑에서 배운 게 이런 것뿐이라면 할 말 다했다. 말이 틀렸다. 과장이 하는 짓이 그러니 똑같이 하는 것이다. 과장의 전횡에 불구하고 한 번도 그 흔한 반대 의사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뻔한 눈속임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벌일 만큼 무뎌진 것이다.
이러려고 국민이 금을 낸 게 아닐 것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엄한 곳에 줄줄이 새나가는데 누구 하나 제지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 늦었지만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 드러내놓고 하는 아부와 그런 아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선 정직한 직원이 설자리를 잃는다. 그 병폐로 조직이 죽는 건 시간문제다.